웃음과 눈물을 함께 나누던 46용사의 영결식을 멀리서 지켜봤습니다. 두 쪽으로 쪼개진 제 몸보다 더 아팠습니다.
나는 대한민국 해군의 천안함(사진)입니다. 정확히 소개하면 함종은 ‘초계함’, 함명은 ‘천안’, 함번은 PCC-772입니다. 대한민국 해군은 규모가 큰 구축함에 광개토대왕함, 충무공 이순신함 등 왕과 장수의 이름을 붙였고, 초계함에는 지명을 붙였습니다. 길이 88m, 폭 10m, 높이 25m, 무게 1200t인 나는 1987년 대한조선공사에서 태어나 1989년에 실전에 배치됐습니다. 그동안 해군 2함대 소속으로 서해해역에서 적의 습격을 경계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나는 용맹한 ‘바다의 용사’였습니다. 76mm 주포 2문, 30, 40mm 부포 4문, 어뢰 6발 등 무기로 무장했습니다. 1999년 6월 15일 제1차 연평해전에도 참여해 북한군과 맞섰습니다.
지금은 29일 영결식이 열린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 한쪽에 몸이 두 동강이 난 채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2010년 3월 26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경비하다가 침몰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제 몸은 원인 모를 외부 충격으로 중간 부분의 좌현 3.2m, 우현 9.9m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후 저는 46용사와 함께 백령도 서남쪽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다가 인양됐습니다. 차가운 바닷속에 나뉘어 있던 두 몸은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나는 해군2함대 안보공원에 함께 원형 그대로 보존될 겁니다. 안보공원 안에 ‘천안함 기념관’을 세우는 방안이 검토 중이거든요. 두 동강 난 제 모습이 국민들에게 유비무환의 교훈을 남기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진짜 ‘천안함’은 다시 부활할 겁니다. 군은 저를 최신형 초계함 형태로 재건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영결식을 끝으로 다시 바다로 돌아갈 날을 약속하며 46용사들에게 다짐합니다. “비록 오늘은 상처 난 몸으로 울분을 삼키지만 다시 늠름한 모습으로 바다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대들의 뜻을 이어 대한민국 바다를 굳건하게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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