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1급 장애인인 박현실 씨(52·여)는 휠체어 없이 이동할 수 없다. 여행을 가려면 생업에 종사하는 가족들이 동행해야 했다. 그게 미안해서 그동안 여행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하지만 박 씨는 지난해 여행을 세 번 다녀왔다. 봄에는 제주도, 여름에는 경북 경주의 문화유산을 보고 왔다. 가을에는 강원 속초의 푸른 바다를 만끽했다.》
박 씨가 여행을 갈 수 있었던 것은 ‘돌봄여행’ 덕분이었다. 돌봄여행은 보건복지부와 여행사인 CTL네트웍스가 손잡고 2008년 9월 만든 사회서비스다. 장애인과 저소득층 노인이 여행비용의 10∼50%를 내면 나머지는 정부가 지원한다. 또 장애인과 노인이 편안하게 여행하도록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호사가 옆에서 돌봐준다. 걷는 데 이상이 없는 참가자는 4명당 1명, 휠체어가 필요한 참가자는 각 1명이 따라붙는다. 저녁 때 목욕하는 것도 도와주고 혈압과 혈당 등도 체크한다. 주위의 신세를 지지 않고도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할 수 있는 것.
여행비 보조는 1년에 한 번만 해준다. 하지만 돌봄여행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한 번 다녀온 사람은 자비를 들여 박 씨처럼 계속 가려고 한다. 지난해 경주를 여행한 전태화 씨(69)는 “예전에 일반여행사의 패키지여행을 갔는데 ‘20분 뒤 집합’이라고 하면 우리처럼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은 주변 산책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용자는 시행 후 1년 동안 8700명이었고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1만2000명을 넘었다.
돌봄여행처럼 일부 사회서비스는 복지를 뛰어넘어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8년 돌봄여행 매출액에서 국고 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66%였으나, 지난해에는 국고지원 비율이 48%로 떨어졌다. 돌봄여행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국가가 도와주지 않아도 사회서비스 산업이 독립해 커가고 있다.
비용 보조를 받지 못하는 외국 노인들도 돌봄여행에 관심이 높다. 유병혁 CTL네트웍스 사장은 “일본과 중국 노인들도 몸이 불편하지만, 해외여행을 하고 싶어한다”며 “올해 들어서만 일본 노인 100명이 한국을 찾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아동인지능력향상 서비스도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6세 이하 아이들이 가구 소득수준에 따라 월 3000∼2만8000원을 내면 나머지는 정부 지원을 받아 10개월간 일대일 독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현재 교원, 대교, 웅진 등 대형 교육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10개월 후엔 제값을 내야 하지만 지난해 22만 명이 이용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기업들이 사회서비스 산업에 참여하도록 하려면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강혜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많은 사람이 서비스를 알고 이용하기 전까지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이 시기를 잘 넘기고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절히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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