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은 괜찮은데 사람이 문제’라는 예비역 장성들의 지적은 군이 그만큼 인사를 잘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군이 인재를 제대로 발탁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인재 풀(pool) 부족이 꼽힌다. 군 인사가 지역과 직능, 병과로 세분화해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는 인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군 인사에서 가장 중시하는 기준은 능력보다 출신지역과 병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군의 지역 안배는 유난히 심하다.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장군 현황 파일에는 장군 이름 바로 옆에 출신지역을 명기해 놓고 있다. 한 장교는 “군에서 지역을 배제하고 능력대로만 인사를 할 경우 정치권에서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맞는 인물을 요직에 앉히는 경우도 문제다. 한 예비역 장성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감’이 안 되는 사람이 요직을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인사가 군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지적했다.
세분화된 병과도 인재 풀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많다. 육군은 보병 기갑 포병 등 19개 병과가 있다. 해군은 26개, 공군은 17개 병과로 나뉜다. 장교로 임관할 때 병과가 정해지면 대개 예편 때까지 같은 병과에서 근무하게 된다. 문제는 병과마다 최고위 계급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정훈병과 장교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준장이면 끝이다. 육군의 경우 대장은 보병 포병 정보병과로 제한된다. 해군은 항해병과, 공군은 조종병과에서만 대장이 나온다. 병과의 벽을 허물자는 주장에 대해선 그러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진급 단계의 획일화도 인재 확보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 있다. 육군의 경우 참모총장이 되려면 ‘연대장→사단장→군단장→군사령관’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이런 야전 보직을 하나라도 밟지 못하면 발탁이 안 된다. 콜린 파월 전 미국 합참의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백악관에서 8년 근무하다 합참의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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