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첫 전역 전준영병장
함께 입대한 4명 묘역 찾아
“오늘이 너희 전역일인데…”
유가족, 성금으로 자선사업 논의
“미안하다 전우들아.” 1일 오전 천안함 침몰사건 희생자 46명이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 묘역에 한 예비군 병장이 나타났다. 그는 희생자 가운데 이상희, 이재민, 이용상, 이상민 하사 등 네 명의 묘에 예비군 마크가 박힌 전투모를 하나하나 올려놓으며 눈물을 쏟았다. “군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게 전역이지만 지금은 그저 슬프네요.” 이날 전역한 사람은 천안함 생존 승조원 전준영 씨(23)였다. 전 씨는 생존 승조원 가운데 처음으로 이날 전역했다. 이날은 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해상병 542기 동기생 4명의 전역일이기도 했다.
전 씨는 전역 신고를 마치자마자 동료들이 영면한 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전역하지 못한 동기들의 묘를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예비군 모자를 바쳤다. 그는 동기들의 묘 앞에서 “너희들 몫까지 열심히 살 테니 이제 정말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지내라”고 말했다. 천안함의 또 다른 생존자인 김효형 하사도 이날 함께 현충원을 찾았다. 이날 전 씨는 지난달 29일 영결식 때 몸이 좋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던 서보성 하사와 정용호 하사 등에게 영상 통화로 묘역을 보여주기도 했다.
천안함장 최원일 중령은 전역신고식 때 “희생된 아이들 몫까지 열심히 살아달라”고 전 씨를 격려했다. 전 씨는 당분간 동기 4명의 부모님을 비롯해 고인들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희생 장병들의 생전 모습을 전해줄 계획이다. 전 씨는 원광대 스포츠과학부 2학년을 마치고 2008년 4월 입대해 전역을 1달여 앞둔 3월 26일 천안함 침몰사건을 겪었다.
한편 천안함 전사자가족협의회는 국민 성금의 일부로 형편이 어려운 해군 장병 자녀들이나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나재봉 대표는 “국민들의 정성으로 모인 성금이 좋은 곳에 쓰였으면 하는 게 유가족들의 바람”이라며 “천안함 장병들을 추모하는 사업이나 소외계층 자선사업을 사단법인 형태의 재단을 만들어 실시하는 게 어떨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에 문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 대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합조단, 천안함 CCTV 영상복원 총력 “침몰상황 녹화 가능성 커”▼ 천안함 침몰사건을 조사 중인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내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복원에 총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CCTV는 천안함 복도와 탄약고 등 5, 6곳에 설치돼 있으며 전기로 작동된다.
군 관계자는 2일 “합조단 과학수사팀에서 천안함에 설치된 CCTV를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CCTV에는 천안함 침몰 당시 상황이 녹화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폭발과 함께 정전됐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전기로 작동되는 CCTV에는 폭발 직전까지의 영상만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그나마 물속에 너무 오래 잠겨 있어 정상적으로 복원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함에 설치된 CCTV는 육상의 것과 달리 일부 방수 기능이 있으며 최근 복원 기술의 발달로 바닷물에 침수됐더라도 영상 복원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군은 상황실 근무자가 함정 내부 상황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지난해 천안함에 CCTV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조단은 국내 기술로 CCTV 영상을 복원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의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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