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3년동안 학교공금 빼돌리기등 의혹
前 시설관리직원 출금…재단관련 드러날지 주목
세종대 교직원들이 각종 학교 시설공사 과정에서 비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에 제출된 위 사진은 세종대 무방관 외부에 설치된 변전실. 세종대가 자체 조사한 ‘시설공사 지출명세서’에는 시공업체 두 곳에서 공사한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론 한 곳에서 공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입찰을 피하려 공사비를 1000만 원 이하로 쪼개 분리공사를 했다는 것.
세종대가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2005∼2008년 학교 공사에서 광범위하게 비리가 저질러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중희)는 2일 세종대 전 시설과장 등이 학교 시설공사와 학생회관 신축 공사에서 시공업체와 짜고 공사비를 과다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교 공금을 빼돌린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대는 재단 내의 다툼과 학내분규 격화 등의 이유로 2005년 5월부터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돼 왔다. 관선이사로 함세웅 신부, 박재승 전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등 당시 친(親)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파견됐지만 학내 갈등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주명건 전 재단 이사장에게 학교를 돌려주기로 함에 따라 3월 22일 주 전 이사장이 추천한 언론인 출신 최동호 전 세종사이버대 총장이 이사장으로 선출되면서 5년 만에 정상화됐다.
○ “같은 계단인데 공사비 두 배나 차이”
검찰 수사는 우선 관선이사 시절 5년간의 학교 건물 관리비 지출 부분에 맞춰져 있다. 건물 관리비 지출 규모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다 지출됐기 때문. 2005년 한 해 동안 세종대보다 전체 지출 규모가 500억 원가량 많았던 서울지역 사립 S대의 경우 전체 지출액의 0.7%에 해당하는 10억700만 원을 건축물 관리비로 썼다.
그러나 세종대는 6.6%에 달하는 69억2900만 원을 쓴 것. 검찰은 유독 2005년 이후 건물 관리비가 많이 지출된 데에는 ‘하지도 않은 가짜 공사’나 ‘공사대금 부풀리기’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현 학교재단이 진정서와 함께 제출한 건물 관리비 지출 명세 등의 자료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관련 서류만 들여다봐도 돈이 새나가고 있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며 “대개 비리를 감추기 위해 교묘한 수법을 동원하는데, 단기간에 학교 공금을 빼돌리는 데 거침이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세종대의 강의연구동인 광개토관 로비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밝히고 있다. 이곳에는 똑같은 크기, 똑같은 모양의 계단이 두 개 있다. 2006년 설치된 계단은 4200만 원짜리고 3년 뒤 설치된 계단은 그 절반인 2150만 원짜리다. 2005년 6월 진관홀 냉난방 공사 역시 외부 견적서에 따르면 3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6억2700만 원이 지급됐다는 것.
실제 공사 내용과 다른 제품이나 설비로 공사비를 빼먹은 흔적도 있다. 진관홀 냉난방 공사를 한 업체는 LS전선의 냉난방기를 사용했다고 했지만, 천장을 뜯어보니 LS전선의 2차 하도급 업체가 생산한 싸구려 제품이 쓰였다.
○ 수의계약으로 시공업체 선정 의혹
시공업체 선정 과정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05년 3월∼2008년 2월 세종대가 발주한 공사비 1000만 원 이상 시설공사 116건(59억9500여만 원)을 수주한 업체는 3곳이었으나 사실상 같은 회사였다는 것. 세 회사 대표가 모두 친인척 관계이거나 고향 친구의 명의만 빌려온 것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가 따낸 공사 수주액은 이 기간 전체 공사비 121억1860여만 원의 49.2%에 이른다.
업체 대표 중에는 당시 세종대 시설관리 담당 직원인 서모 씨의 친구도 있었다고 한다. 학교 측의 자체 조사에서 전 세종대 시설과장 한모 씨는 “공사 기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절차에 의한 시공사 선정이 불가능해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서류는 지명경쟁 입찰 방식으로 갖췄다”고 인정했다.
학교 측은 학생회관 신축공사 입찰 과정에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저가로 입찰한 업체보다 30억 원 많은 161억4100만 원을 써낸 건설사가 선정됐다는 것. 당시 학교 건설위원회는 최저가 낙찰 방식을 바꿔 공사 예정가격 4개의 평균 금액의 90%까지 제한하는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를 채택했다. 선정된 S건설사는 평균치인 179억3000만 원에서 불과 0.02%(400만 원)를 초과한 금액을 써냈다. 공사비 예정가가 새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검찰은 최근 전 세종대 시설관리 담당 직원 서모 씨를 출국금지하는 등 본격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서 씨는 해외로 출국을 시도하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대 측은 “1차적으로 2005년 이후 공사비 20억여 원이 지급된 부분을 조사한 결과 7억 원가량이 부당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일부 직원의 비리가 아니라 관선이사 하의 방만한 운영이 빚어낸 것인 만큼 당시 재단의 관련 여부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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