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대 실사구시관. 무대 위에서는 배우들의 연기연습이 한창이었다. 무대 아래에서는 스태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강원대 극예술연구회 ‘영그리’ 선후배들이 창립 40주년 기념공연 연습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1971학번 대선배부터 2010학번 재학생까지 50여 명의 영그리가 배우와 스태프로 참여했다. 1990년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함께 창립 20주년 기념공연을 한 지 20년 만에 의기투합한 것. 모두 노 개런티. 오히려 선배들은 제작비 마련을 위해 지갑을 열었다.
이번 무대에는 탤런트 이영범(80학번), 영화배우 박충선(83학번), 연극배우 오현우 씨(99학번) 등 낯익은 얼굴들이 무대에 선다. 또 이인연 대학로공연예술센터 조명감독(81학번)이 조명, 김춘배 화가(76학번)가 소품, 최영수 건축사무소장(81학번)이 무대제작을 맡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출연자와 스태프는 졸업 후 연극계를 떠나 다른 분야에서 활동해 온 전직 배우들. 고등학교 국어교사를 비롯해 기업인, 미술심리치료사, 보험회사 지점장, 대사관 직원 등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말 서울 강서구민회관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지난달 24일부터는 주말마다 춘천에서 연습해 오고 있다. 연습 때마다 서울과 춘천으로 장시간 이동해야 했지만 불참자는 거의 없었다. 연출을 맡은 송미숙 서울 강서구립극단 상임연출자(77학번)는 “모두 이번 공연에 참여한 것은 영그리로 인해 생긴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며 “막바지 연습을 위해 춘천으로 오는 주말이 기다려질 정도로 편안한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다보니 “무대에만 서면 대사가 기억이 안 난다”며 반백의 머리를 긁적이거나 “10년만 젊었어도…”라며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이를 웃음으로 넘겨주는 후배들이 있기에 연습은 즐겁다.
공연작품 ‘홍어’(김태수 작)는 서해안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국적 토속어와 여성들의 질펀한 성적 담론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연극이다. 탤런트 이영범 씨는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오르는 무대인 데다 영그리 선후배들과 함께하는 자리다 보니 어느 때보다 설렌다”며 “모두가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멋진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71년 창립한 영그리는 이번 공연 ‘홍어’가 96번째 작품이다. 14, 15일 오후 4시, 7시 반 네 차례 춘천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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