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1, 2점이 운명 가르는 ‘수행’… ‘철벽방어’ 두 중학생의 비법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5월 4일 03시 00분


헉,
지필고사가 100점인데
어째서 2등급- 전교100등 아래?
수행평가 가볍게 봤지?


중학교 3학년 김모 군(15·서울 강남구)은 이번 중간고사 지필시험에서 영어과목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수행평가에서 3점이 깎여 총점은 97점. 수행평가는 총점 100점 중 20점을 차지한다. 그런데 성적표를 받은 김 군은 깜짝 놀랐다. 영어가 2등급에 전교 114등으로 기록된 것이 아닌가? 지필시험 만점자가 속출해 수행평가 1, 2점으로 등급이 갈린 것이다. 외국어고 진학을 목표로 했던 김 군은 ‘영어 2등급’ 성적에 망연자실했다. 올해 외고 입시에선 중학교 2, 3학년 영어 내신 성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김 군은 “지필시험만 신경 쓰느라 수행평가를 소홀히 해서 한두 번 감점됐는데 수행평가가 고교 진학에까지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며 애석해했다.

[W H Y] 수행평가, 왜 중요한가

내신 성적이 중요해지면서 중학교 상위권 사이엔 수행평가가 내신 1, 2등급을 가르는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중학생은 수행평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중학 내신 성적에서 수행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30%에 불과한 까닭에 지필시험이라면 밤샘공부를 불사하는 학생도 수행평가는 ‘기본점수만 받으면 되지’ ‘수행평가 1, 2점 깎이는 거야 뭐∼’라고 여기기 쉽다.

수행평가의 위력은 상위권과 최상위권으로 갈수록 ‘메가톤급’이 된다.

에듀플렉스 청담점 김지현 학습매니저는 “지필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학생이 수두룩해 수행평가 1, 2점이 등수를 가르고 등급을 가르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학부모에게도 수행평가는 골칫거리다. 지필시험 일정은 시험기간과 범위가 공지되기에 학부모 대부분이 숙지하지만, 수업시간 시시때때로 주어지는 수행평가는 자녀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된 수행평가 일정에 따라 학부모가 미리 알고 준비를 시키더라도 자녀가 과제물을 제때 제출하지 않아 감점된 성적표를 보면 속이 터진다.

[H O W ] 수행평가, 어떻게 공략할까

중간고사 이후엔 중간·기말 합산성적에 반영되는 장기 프로젝트 수행평가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게다가 기말고사 전까지 수행평가가 수시로 진행되는 때이기도 하다. 수행평가에서 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수행평가를 어떻게 준비할까?

‘수행평가의 달인’으로 불리는 서울 노일중학교 2학년 박민성 군(14)과 서울 봉은중학교 3학년 박소연 양(15)을 통해 수행평가 만점 비법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지필시험 땐 연필 잘 굴려도 70점 맞을 수 있잖아요. 수행평가는 평소 얼마나 성실하게 공부하는지를 평가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기 위한 점수가 아닐까요?”(박 군)

박 군은 수행평가를 단순한 점수가 아니라 자신의 성실성과 태도, 교과목에 대한 관심을 어필할 수 있는 통로로 생각했다. 예를 들어 실험으로 진행되는 과학 수행평가는 교과서에서 공부한 것을 직접 체험한다는 데 의미를 둔다. 노트필기, 프린트 정리, 독후감 쓰기 등 과제는 수행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일뿐 아니라 수업시간 집중력을 높이고 지필고사 대비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박 양은 학기 초 받은 ‘수행평가 일정표’를 바탕으로 마감일을 미리미리 체크한다. 예를 들어 도덕 수행평가 중 중간고사 이후에 제출해야 하는 ‘진로에 대한 에세이 쓰기’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수시로 자신의 적성, 원하는 진로의 전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여유가 있을 때마다 ‘10년간의 장기 로드맵’ 등을 정리해두는 식. 보통 학생들이 장기 과제로 주어지는 수행평가를 제출 직전 주말에 해치우는 것과 정반대다. 박 양은 “시간 여유가 있더라도 시험기간, 시험 준비기간, 주말에 예상치 못하게 생기는 일 등을 고려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 군도 4주에 한 번씩 검사하는 독후감 과제는 한 달 치 계획을 세우고 틈틈이 준비한다. 교사의 특성에 맞춰 작성해 완성도를 높인다. 띄어쓰기, 맞춤법에 예민하고 평소 깔끔한 글씨를 선호하는 선생님이라면 과제에도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쓴다. 노트 필기도 마찬가지. 박 군은 “‘교과서에 밑줄을 치라’는 식으로 수업진행을 하는 선생님일 경우 노트의 중요한 부분에 색깔 펜으로 꼼꼼히 밑줄을 치면 아무래도 눈에 띄어 좋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별 수행평가는 학생의 공동체정신, 참여정신이 평가요소. 특히 사회나 과학은 조별 토의 및 토론, 조별 실험 등 협업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과제를 받은 즉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과 비슷한 결론을 도출하면 다른 조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박 양은 “소극적으로 토의가 이뤄지면 다른 조와 차별화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므로 친구들을 설득해 모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고 말했다. 교사가 발표자를 임의로 지정할 때를 대비해 토의내용을 꼼꼼히 메모하며 모든 내용을 속속들이 꿰는 것도 필수. 다른 친구가 이야기한 것을 그대로 받아 적어 발표하다 보면 교사가 추가 질문을 했을 때 제대로 된 답변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본 점수와 플러스 알파 점수의 차이가 생긴다.

과학 실험으로 진행되는 수행평가 때도 팀워크는 매우 중요하다. 중2 1단원 ‘운동의 표현’을 예로 들자. 추를 떨어뜨리는 실험을 할 때 애초부터 실험에 참여하길 싫어하는 조원에게 추를 잡고 떨어뜨리는 역할을 맡기면 어떻게 될까. 추를 잡은 손을 건들건들 흔들거나 추를 빨리 떨어뜨려 검사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박 군은 “실험을 주도하고자 하는 팀원끼리 충돌할 수도 있고 소극적인 팀원 탓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팀원 간의 배려와 조율을 통해 실험을 진행해야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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