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교섭력’ 평가… 1차서 과반수 득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4일 03시 00분


서울대 총장후보 오연천 교수 1위
“결선투표까지 갈 것” 예상 깨
2위 오세정 교수와 복수 추천
‘교과부 보고-대통령 임명’ 남아

3일 치러진 서울대 총장 후보 선거에서 오연천 교수가 1위 득표를 하면서 과반수를 훌쩍 넘긴 것은 예상 밖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동안 오 교수의 우세가 점쳐지긴 했지만 과반수까지 넘기진 못할 것으로 예상돼 4일 결선투표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오 교수는 그동안 이장무 현 총장과 정운찬 전 총장 시절 대학평의원회 재정위원장, 특별재정위원 등으로 일하며 서울대 사회에서 추진력과 타협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수가 20여 명에 불과한 행정대학원 출신으로 1위 득표를 한 것은 친화력과 각계 인맥을 기반으로 학내 노후 건물 리모델링, 분당서울대병원 건립 등에서 역량을 발휘한 것이 바탕이 됐다는 얘기다. 오 교수 스스로도 선거 운동 과정에서 “대운동장 정비 사업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측과 20차례나 만나며 설득해 예산을 확보했다”며 대외교섭 능력을 장점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오 교수는 개표 뒤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아직 임명 절차가 남아 있는 1명의 후보일 뿐”이라면서도 “서울대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을 위한 학문적 성숙 단계로 나가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서울대 법인화 법안이 통과되면 신임 총장은 법인 서울대의 초대 총장이 된다. 총장의 예산과 인사 관련 권한이 크게 확대되는 등 학교 운영에 큰 변화가 일게 된다. 오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기초연구·한국학연구·기자재확충에 2000억 원 투자, 서울대 일반 회계 연간 20% 증액 등의 목표를 내세웠다. 그는 “여러 학문의 근간인 기초학문에 대한 중점 지원은 서울대의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경기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대에서 공공관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5년 행정고시(17회)에 합격해 관료 생활을 하다가 1983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 2000∼2004년에는 행정대학원장을 맡기도 했다.

2위 후보인 오세정 교수는 경기고,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체물리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학자로 자연대 학장을 지냈다. 이번 선거에서는 교육 분야 집중 투자, 교수 승진 평가 기준 단과대 위임, 우수 강의 교수 인센티브 등을 정책으로 내세웠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대의 미래 발전을 고민하는 선거에 참여해 매우 뜻 깊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선거운동 중에 불거진 오연천 교수의 논문 이중 게재 논란과 관련해 지난달 30일부터 연구윤리 검증에 착수했다. 오 교수는 “진실성위에 학자 본분에 벗어나지 않게 정직하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1, 2위 후보를 정부에 추전하기 전 이중 게재 관련 검증 결과를 교육과학기술부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결과를 토대로 두 후보자 중 한 사람을 조만간 서울대 총장으로 임명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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