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들여다보기’ 20선]<4>남아공에는 왜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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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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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빛깔 문화의 남아공
◇남아공에는 왜 갔어?/조현경 지음·사군자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일 뿐입니다.’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 입구에 쓰여 있는 문구이다…. 자유를 얻었다지만 흑인들은 여전히 경제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아공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작은 아파르트헤이트라고 부른다.”》
저자는 가정문제로 2004년 봄 초등학교 6학년, 4학년이던 두 아들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보냈다. 두 달 만에 아이들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둘째 아들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둘째 아들은 열흘 만에 의식이 돌아왔지만 후유증 탓에 엄마가 곁에 있어 줘야 했다. 그렇게 저자는 2004년 10월 케이프타운으로 향했고 가족과 함께 3년을 살며 이 낯선 나라를 관찰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남아공의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는 이 나라를 한마디로 ‘무지개 문화의 나라’라고 표현했다. 남아공은 크게 세 인종으로 이뤄졌다. 가정에서 아프리칸스어를 사용하는 정통 네덜란드계 백인을 ‘아프리카너’라고 한다. 자신들의 문화와 언어에 자부심을 느끼는 보수적인 사람들이다. ‘흑인’은 남아공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대개 도시에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가난한 계층이다. 백인과 흑인의 혼혈로 태어난 ‘컬러드’는 인구의 7%를 차지한다.

아파르트헤이트(분리) 시절에는 흑백 간의 결혼이 불법이었기에 컬러드의 출생은 곧 부적절한 관계를 의미했다. 이런 이유로 컬러드는 아직도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모여 색색의 무지개 문화를 만들어내는 곳이 남아공이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는 공식적으론 폐지됐지만 여전히 소수의 백인은 부자이고 다수의 흑인은 가난하다. 저자는 “인종차별주의 대신 극심한 빈부격차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치안 문제를 가장 걱정한다. 이곳 교민들은 절대로 밤에는 거리를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남아공에서 가장 잘되는 사업이 보안경비 사업이고 심지어 경찰서에도 보안경비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경찰서 벽에는 ‘경찰을 죽이지 마시오(Stop killing police)’라고 쓰인 포스터가 붙어 있다. 도시 외곽에 자리 잡은 흑인 집단거주지역 ‘타운십’은 범죄의 온상이다.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큰 타운십인 카일리처에는 50만 명이 밀집해 있는데, 2006년 상반기 이곳에서 발생한 성폭행 피해자는 신고된 것만 800명을 육박한다. 남아공에서 성폭행은 곧 에이즈 감염을 뜻한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불안한 치안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관광객들이 남아공으로 향하는 이유는 천혜의 자연 때문이다. 대표적 관광지가 바로 우리에게 ‘희망봉’으로 알려진 ‘케이프 오브 굿 호프(Cape of good hope)’이다. 사실 이곳은 봉우리가 아니라 바다를 향해 삐죽 튀어나와 있기에 ‘희망곶’이라고 해야 맞다. 이곳이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는 ‘케이프 아굴라스’가 아프리카의 땅 끝이다.

대부분 국가의 화폐에 역사적 위인의 초상이 그려진 것과 달리 남아공 화폐에는 동물이 인쇄돼 있는 것도 흥미롭다. 200, 100, 50, 20, 10랜드짜리 지폐에 각각 치타, 물소, 사자, 코끼리, 코뿔소가 그려져 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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