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남산-63빌딩만큼 높은 꿈 갖게 됐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6일 03시 00분


논산강경-김해내외지역아동센터 어린이 55명의 ‘아주 특별한 서울 나들이’
CJ 지원으로 1박 2일 상경
말로만 듣던 한강 보며 “오~”… 요리사-방송국 체험에 “와~”

3일 저녁 서울 남산 N서울타워 전망대를 찾은 아이들이 망원경으로 서울 야경을 구경하고 있다. CJ도너스캠프는 어린이날을 맞아 1박 2일 일정으로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55명을 서울로 초청해 여행 및 직업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사진 제공 CJ나눔재단
3일 저녁 서울 남산 N서울타워 전망대를 찾은 아이들이 망원경으로 서울 야경을 구경하고 있다. CJ도너스캠프는 어린이날을 맞아 1박 2일 일정으로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55명을 서울로 초청해 여행 및 직업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사진 제공 CJ나눔재단
“남산타워가 63빌딩보다 높아요?” “저 위(전망대)에 올라가면 우리 집도 보이나요?” 3일 저녁 들뜬 마음에 볼까지 발그레해진 아이들이 서울 남산 N서울타워 전망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초고속으로 전망대 꼭대기까지 올라간다는 엘리베이터 안내방송에 “초고속이 어떤 느낌이에요?”라고 묻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날 새벽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을 찾았다. 충남 논산시 강경읍 소재 논산강경지역아동센터와 경남 김해시 내동 김해내외지역아동센터 소속 학생 55명이다. CJ나눔재단이 운영하는 CJ도너스캠프는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들에게 1박 2일간의 서울 나들이를 제안했다.

○ 처음 찾는 서울

행사 참가자들은 모두 기초생활수급가정이나 한부모 및 조손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초등학생들이다. 학교 수학여행 때 온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처음 서울을 찾았다. 김해센터 이현정 교사(36·여)는 “평소엔 늦잠으로 지각하던 아이들이 오늘은 오전 5시부터 센터로 찾아왔다”며 “너무 신나서인지 4시간 넘게 오는 버스 안에서 조는 아이도 없었다”고 했다.

이날 남산에 오르기 전 아이들은 세계 최대 스크린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서울 영등포 CGV 스타리움을 먼저 찾았다. 어린이 만화영화를 관람한 아이들은 영화를 틀어주는 영사실 구경도 했다. 딸과 함께 온 정금숙 씨(44·여)는 “평소 일이 바쁜 데다 영화를 보려면 논산 시내까지 나가야 해서 한 번도 못 데려갔었다”며 “늘 마음이 불편했는데 올해 어린이날은 덕분에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N서울타워 전망대에 도착한 아이들은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서울 야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까치발을 한 채 망원경으로 서울 시내를 구경하는 아이도 있었고 ‘아까 버스 타고 지나갔던 큰길’이라며 올림픽대로를 찾아달라는 아이도 있었다. 500원짜리 동전을 손에 쥔 채 망원경 볼 기회를 기다리던 박현수(가명·11) 양은 “TV에서 봤다”며 “한강이 가장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이들이 말로 표현은 잘 못하지만 표정을 보면 얼마나 감격한 상태인지 느낄 수 있다”며 “이번 서울 여행이 아이들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네 꿈을 마음껏 상상해 보렴’


김해내외센터 어린이들은 80% 이상이 가까운 부산조차 못 가봤다. 논산강경센터 인근은 전부 외진 농촌 지역이어서 주변에 작은 극장도 하나 없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부족한 데다 문화소외지역에 살고 있다 보니 아이들은 다양한 직업세계를 경험할 기회가 부족하다. 진로를 선택할 때도 ‘농부’나 ‘교사’ ‘소방관’ 등 주변 어른들의 직업 중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센터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도 이 점이다. CJ나눔재단은 이 때문에 서울 여행 일정 중간 중간 자체 계열사를 방문해 직업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패밀리레스토랑 빕스에서는 조리 모자와 앞치마를 갖춰 입고 현직 요리사들의 도움을 받아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었다. 김혜승 양(12)은 “TV 드라마 속에 나오던 셰프를 실제로 만나봤다”며 “나도 커서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케이크 전문점인 투썸플레이스에서는 상품개발팀장인 이상학 셰프가 아이들과 함께 케이크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4일에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CJ오쇼핑 사옥을 방문해 생방송을 준비 중인 스튜디오 및 주조종실에서 카메라 촬영 및 방송 편집법에 대해 배웠다. 논산센터 이계남 교사는 “아이들이 그동안 여러 직업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조차 너무 적었는데 이번 여행을 계기로 더 큰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나눔재단이 운영하는 ‘CJ도너스캠프’는 소외된 어린이와 청소년의 교육환경 개선 사업을 위해 2005년부터 전국 2000여 개 어린이 공부방을 후원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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