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땅에 ‘나무 아끼는 마음’ 심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6일 03시 00분


몽골 사막화 방지 나무심기 현장 ‘바가누르’를 가다
대한항공 34만 ㎡ ‘방사림’
올 신입사원 등 200명 참가…1m 간격 포플러 묘목 심어
청소년에 숲 중요성 알리고 주민엔 새 삶의 기반 제공


4일 대한항공 신입사원과 e스포츠단 위메이드 소속 게이머들이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 바가누르 구(區)에서 포플러 나무를 심었다. 이들은 2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1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2004년부터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돕기 위해 방사림 조성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바가누르=박영대 기자
4일 대한항공 신입사원과 e스포츠단 위메이드 소속 게이머들이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 바가누르 구(區)에서 포플러 나무를 심었다. 이들은 2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1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2004년부터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돕기 위해 방사림 조성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바가누르=박영대 기자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중심가에서 동남쪽으로 160km쯤 떨어진 바가누르 구(區). 4일 낮 버스를 타고 이곳을 향하는 동안 주변 풍경에서 나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키 작은 풀이 난 넓은 초지만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3시간 가까이 이동해 바가누르에 도착할 때쯤 독특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초지 위에 정방형으로 넓게 철조망을 치고 그 안에 작은 나무들을 잔뜩 심어놓았다. 대한항공이 2004년부터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돕기 위해 조성 중인 방사림(防沙林) ‘대한항공 숲’이다. 아직 완전한 숲의 형태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약 34만1000m²(약 10만3100평)에 나무 3만6000여 그루가 자라고 풀도 무성하게 돋아 주변과는 확연히 다른 경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 신입사원 등 200여 명 나무심기

“먼저 구덩이에 물을 붓고 흙과 잘 섞어 주세요. 이 ‘밑밥’을 잘 만들어야 묘목이 살아남습니다. 아시겠죠?” 기자가 방문한 이날 대한항공 신입사원과 인하대, 한국항공대 학생 등 200여 명이 나무를 심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약 1m 간격으로 촘촘하게 구덩이를 판 뒤 건조한 조건에서도 잘 자라는 포플러 묘목을 심으려는 참이었다. 마스크와 모자로 중무장한 이들이 구덩이에 삽을 댈 때마다 흙먼지가 뽀얗게 일었다.


이날 행사를 위해 3대의 급수차가 동원됐다. 묘목 하나를 심는 데 세 양동이의 물을 부어야 했다. 초지라고는 하지만 10cm 안팎의 노란 지푸라기 같은 풀이 듬성듬성 자랄 뿐 바싹 마른 땅이었다.

올해는 이윤열, 박준, 강근철, 김민수 등 위메이드 e스포츠단 소속의 스타 프로게이머들도 참여했다. 대한항공이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후원하고 이윤열 선수를 광고 모델로 채택하면서 맺은 인연이다. 이를 기획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장(27)도 부지런히 구덩이를 오가며 묘목을 심었다.

이날 몽골 중고교생들도 함께 나무를 심었다. 대한항공과 함께 조림사업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푸른 아시아’의 김용재 운영팀장은 “나무를 심는 것보다 숲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우리가 떠난 뒤 이 숲의 주인이 될 바가누르 청소년들에게 나무를 아끼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속 가능한 숲으로


고비사막 한가운데가 아닌 인구 2만6000명의 도시 바가누르에 나무를 심는 이유는 이곳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 몇 년 전만 해도 두꺼운 표토층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바싹 마른 흙이 딱딱한 지면에 얇게 덥혀 있다. 바가누르는 ‘작은 호수가 있는 땅’이란 뜻이지만 지금은 모두 말라붙었다. 몽골 정부에 따르면 20세기에 몽골에서 852개의 강, 1181개의 호수와 샘, 2277개의 개울이 사라졌다. 국토의 90%에서 사막화가 진행 중이다. 풀이 사라지면서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날렸다. 이 가운데 입자가 작은 것은 바람을 타고 2000km 떨어진 한국에까지 날아온다.

바가누르는 주변 노천 탄광에서 날리는 탄가루 피해도 크다. 올해는 혹독한 겨울 추위로 가축이 죄다 얼어 죽는 바람에 난민 신세가 된 유목민들이 도시에 정착하면서 공기 오염이 더 심해졌다. 이들이 땔감으로 나무나 타이어 등을 태우기 때문이다.

김태원 대한항공 사회봉사단장(상무)은 “방사림은 사막화와 황사를 막을 뿐 아니라 바가누르 주민들에게 작물 재배 등 새로운 삶의 기반을 만들어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바가누르=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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