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지방권력 15년] “복지비 눈덩이… 다른데 쓸 돈 없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6일 03시 00분


부산 서구청 ‘김길태 은신처’ 철거하다 그만둔 이유는?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사업
年평균 14%씩 규모 급증
지자체 재정 갈수록 부담

부산 중구청은 올해 자갈치시장 현대화를 위해 주변 지역 하수구정비사업을 시행하려 했지만 10억 원의 예산이 없어 사업에 손을 못 대고 있다. 서구청은 ‘김길태 성폭행 사건’으로 문제가 제기된 지역 내 폐가와 빈집 350채를 철거하려 했으나 철거 비용에 필요한 70억 원 중 5억 원만 가까스로 확보했다. 결국 폐가 10채만 철거한 채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5일 부산의 기초자치단체들처럼 예산으로 이 같은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갈수록 늘어나는 기초생활보장 노인 보육 분야 등의 복지예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산시 자치구의 살림살이를 더 들여다보면 복지예산의 딜레마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세입 감소로 인한 재원 부족으로 기장군을 제외한 부산시 15개 전 자치구의 올해 예산규모는 줄었다. 사하구는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403억 원 감소한 2100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강서구는 378억 원, 금정구는 361억 원을 각각 줄였다.

하지만 부산의 자치구들은 늘어나는 복지 수요 때문에 복지예산은 그에 맞춰 줄이지 못했다. 북구의 복지예산 비율이 61.8%에 달하는 등 15개 자치구 중 복지예산 비율이 50%가 넘는 곳이 11개나 됐다.

이 같은 현상은 부산에 그치지 않았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지자체의 예산 증가율은 연평균 5.5%였으나 사회복지 부문 증가율은 연평균 15%에 달했다. 이에 따라 2002년 총예산에서 9.5%를 차지했던 지자체의 사회복지예산이 올해는 19%로 늘었다. 기초자치단체 사회복지예산 비율을 시군 자치구별로 나눠보면 특별·광역시의 자치구는 40.5%로 시(20.1%)나 군(15.2%) 단위보다 크게 높았다.

복지 예산이 느는 주요 이유는 기초생활보장 급여, 기초노령연금, 영유아 보육사업 등 복지 분야 국가보조사업 규모가 매년 평균 14%씩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고보조금은 이에 맞춰 늘지 않아 지자체의 지방부담금 비중이 늘어났고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게 된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사회복지 분야 국고보조사업은 현실적으로 기초자치단체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는데도 국고보조금은 광역-기초로 나뉘어 집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신요양시설 노인시설 장애인생활시설 등을 운용하는 주체가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넘어가면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늘어났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10년 안에 전국이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복지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국고보조사업과 지방이양사업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담 비율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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