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경 곶자왈에 둘러싸인 379만m² 터파기공사 11% 진척
英 NLCS-한국국제학교 등 내년 9월 3곳 시범 개교
“조기유학 수요 20% 수용 외화 年 4억~5억달러 절감”
제주시 연동에 사는 김모 씨(42·여)는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딸을 다음 달 초부터 3개월 동안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저렴하면서 믿을 만한 업체를 찾았지만 비용이 왕복항공권과 연수비 등을 합쳐 13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딸의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김 씨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현지에 적응할 수 있을지, 사고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설립 가시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국토해양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조성 중인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이런 학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일 오전 제주영어교육도시 현장. 굴착기, 덤프트럭 등을 동원해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북쪽으로 한라산, 남쪽으로 바다가 눈에 들어올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다. 공사장 주변은 온통 숲이다.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용암지대가 흐른 뒤 암괴에 숲이 형성된 지대)이 둘러쌌다. 전병준 현장소장은 “현재 공정이 11% 수준”이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룬 명품 교육도시가 탄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터파기 현장은 영국 명문 사립학교인 노스런던칼리지에이트스쿨(NLCS)의 제주분교가 들어설 자리. JDC는 NLCS와 분교 설립에 따른 본계약을 최근 성사시켰다. 초중등 통합과정의 남녀공학 형태로 14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개교 첫해인 내년에는 정원의 44%, 이듬해 88%의 학생을 모집한다. 국내 학력 인정뿐만 아니라 영국 NLCS 졸업장을 동시에 취득할 수 있는 국제학교가 된다. 입학금은 기숙사 비용을 제외하고 연평균 2000만 원 수준이다.
NLCS의 제주분교 설립은 현재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세부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 세인트앨번스스쿨, 캐나다 브랭섬홀 학교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 브랭섬홀은 다음 달 이사회를 열어 제주 진출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달 29일 영어교육도시에 설립하는 ‘한국국제학교’ 위탁운영업체로 영리법인인 ㈜YBM시사를 선정했다. 내년 9월 1일 문을 열고 20년 동안 위탁운영한다. 학생 정원은 국내 초등학교 4학년∼고교 1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4∼9학년 432명. 내년 개교할 때는 9학년을 제외한 360명을 모집한다. 수업료는 초등학교 1700만 원, 중학교 과정 1800만 원으로 정했다.
○ 글로벌 교육도시로 도약
영어교육도시는 용지 규모가 379만4000m²(약 114만4700평)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1조7806억 원을 투자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실현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 이질적인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며 제주도가 ‘동북아 교육허브’로 발돋움하는 밑바탕이다. 이 도시에 4개 초등교, 5개 중학교, 3개 고교 등 12개교가 들어선다. 전체 입학생은 9000여 명. 내년 공립 1개교, 사립 2개교 등 3개 국제학교(2100명)가 시범적으로 문을 연다. 입학자격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한다. 국어와 사회과목을 제외하고 모든 교육과정을 영어로 진행한다. 외국법인도 대학 설립이 가능하다.
5875가구(인구 2만3000명)를 수용할 영어교육도시에는 학교 외에도 국내 영어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영어교육센터가 들어선다. 영어 교육 및 연구, 교사 양성, 공교육프로그램 개발, 교재 개발 등의 역할을 맡는다. 교육문화예술단지에서 세미나, 강연, 연극 등이 연중 열릴 예정이다.
영어교육도시가 국내 조기유학 수요의 20%를 감당해 연간 4억∼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어교육도시에 입주하는 학생은 내국인 70%, 외국인 30% 수준이며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변정일 JDC 이사장은 “제주는 다양하고 수려한 자연생태계를 바탕으로 승마, 골프, 요트 등의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며 “영어교육도시 배후에 전천후 테마파크인 ‘신화역사공원’ 등을 지어 국내외 학생이나 교육관계자 등에게 최적의 생활여건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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