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 시행땐 한노총 탈퇴” 온건 금융노조 이례적 반발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8일 03시 00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1일 확정한 타임오프(Time off·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안에 극렬히 반발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노조는 3,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에서 ‘타임오프 원천무효’를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였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한국노총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노총 지도부 총사퇴도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 노조들의 산별연맹으로 그동안 제조업체 노조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해 이번 대응은 이례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 ‘밥그릇 지키기’가 이유

하지만 금융노조를 잘 아는 노동계에서는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노조가 다른 산별연맹에 비해 전임자 처우가 좋은 만큼 전임인 간부들이 ‘밥그릇 지키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얘기다. 타임오프가 시행되면 현재 우리은행 등 35개 지부 295명인 전임자를 162명으로 줄여야 한다.

감사원과 한국노총에 따르면 농협 노조는 지난해 4월 위원장 등 간부들이 조합원 금강산 관광을 수행한 여행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등 3년간 1억여 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같은 해 5월에는 우리은행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대의원 대회, 직원 단합대회 때 행사업체와 짜고 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회삿돈 1억4000여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 노조 집행부도 지난해 3월 조합비 4000만 원을 유흥비로 유용했다가 적발돼 조합원에게 사과성명을 내기도 했다.

○ “조합비만 잘 활용한다면…”

금융노조는 “이번 타임오프 확정안이 대형 사업장 노조를 최대 희생자로 전락시키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상당수 예산을 조합 활동과 관계없는 분야에 사용하고 있었다. 지난해 금융노조는 통일사업 분야에 2200만 원, 투쟁선봉대 연수비용으로 45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조합원이 약 9만6000명인 금융노조 조합비는 1인당 월 약 1만1000원. 월 1만 원씩만 올려도 약 115억 원의 조합비가 확보된다. 외환은행 전임자의 연평균 급여(9350만 원)로 환산하면 약 123명, 하나은행 전임자의 연평균 급여(5037만 원)로 환산하면 228명의 전임자를 쓸 수 있는 돈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금융노조가 현재 전임자 수를 유지하려면 조합원 1인당 1만 원씩만 더 내면 된다”며 “자체 조합비로 충분히 전임자 급여를 마련할 수 있는데도 회사에서 더 얻어내려는 것은 너무 심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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