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아들 묻은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 달아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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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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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어버이날 맞아 연평해전-천안함 유족 방문
희생장병 부모들 “아들 빈자리 채워줘 고마워”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해군 인천해역방위사령부 소속 고속정 편대장 이회재 소령이 경기 시흥시 월곶동에 살고 있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 씨 집을 찾아 윤 씨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왼쪽 사진).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 김동진 중사의 어머니 홍수향 씨가 해군 제2함대사령부 양수창 소령에게서 카네이션을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시흥=원대연 기자·사진 제공 해군2함대사령부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해군 인천해역방위사령부 소속 고속정 편대장 이회재 소령이 경기 시흥시 월곶동에 살고 있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 씨 집을 찾아 윤 씨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왼쪽 사진).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 김동진 중사의 어머니 홍수향 씨가 해군 제2함대사령부 양수창 소령에게서 카네이션을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시흥=원대연 기자·사진 제공 해군2함대사령부
아들을 묻은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가 피었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와 천안함 희생자 부모들에게도 어버이날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스러진 아들을 대신해 해군 장병들은 이들의 부모님들을 찾아뵙고 아들을 대신해 인사를 올렸다.

7일 오후 경기 시흥시에 있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윤영하 소령의 부모가 사는 집에는 인천해역방위사령부 소속 해군 장병 3명이 찾아왔다.

“우리 영하가 살아 있었으면 딱 이만했을 거예요.” 고속정 편대장 이회재 소령(38)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자 윤 소령의 어머니 황덕희 씨(65)가 눈시울을 붉혔다. “해군 장병들이 다 우리 아들이지. 해군 가족은 다 이렇게 해”라며 윤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 씨(68)가 거들었다. 윤 씨는 해사 18기 출신으로 1971년 예편했다. “아버님 몸은 좀 나아지셨어요? 영하보단 못하지만 아들이라 생각해 주세요.” 윤 소령의 1년 선배인 이 소령이 안부를 물었다. 윤 씨는 이내 자신의 군 시절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접시가 빌 때마다 과일을 얹어주던 어머니 황 씨가 “젊은 사람들 이야기도 좀 듣자”며 말렸다. 아들에게 못 다한 이야기를 하느라 윤 씨는 모처럼 말이 많아졌다.

이날 오전 서울 중랑구 제2연평해전 전사자 황도현 중사의 부모가 사는 집에도 듬직한 해군 아들이 찾아왔다. 황 중사의 부모는 현관 문을 활짝 열어놓고 이들을 기다렸다. “요즘 천안함 사건으로 바쁠 텐데 우리 집까지 뭐 하러 왔어요.” 황 중사의 어머니 박공순 씨(48)가 맨발로 나와 반겼다. “이번에는 또 다른 아들이 왔네. 한 하사는 나이가 어떻게 돼요?”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해군 재경근무지원단 한준희 하사(23)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박 씨가 물었다. 황 중사는 스물두 살 꽃다운 나이에 전사했다. “우리 도현이는 통화할 때마다 군 생활이 재미있다고만 했는데, 바보같이 그 말 믿고 면회도 자주 못 갔어요. 한 하사도 군 생활 하느라 힘들죠?”

제2연평해전 이후 8년이 지났지만 ‘우리 아들이 살아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안 해본 날이 없다. 가슴에 아들을 묻고 8년을 울었지만 아직도 부모에겐 눈물이 남았다. “우리 도현이가 얼마나 다정했는지 몰라요. 살아있었다면 이렇게 내 가슴에 카네이션 달아줬겠지.” 자기 생일에도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어머니께 장미꽃 한 다발을 안기던 아들이었다. “아들의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우겠어요. 그래도 해마다 명절, 어버이날이면 찾아와 챙겨주니 고마워요.”

해군은 천안함 46용사의 부모들도 찾아가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선물을 전달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과 천안함장 최원일 중령이 직접 쓴 편지도 전해졌다. 최 함장은 편지에 ‘아들 1명을 잃은 대신 58명(천안함 생존장병을 지칭)을 얻었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썼다.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영내에 머물고 있는 천안함 전사자 김동진 중사의 어머니 홍수향 씨(45)도 쓸쓸한 어버이날 위로를 받았다. 최 함장의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홍 씨의 눈시울은 금세 카네이션처럼 붉게 물들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시흥=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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