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나눠라 2인, 승합차 2대에 분리
② 가려라 車창문에 종이붙여 ‘보안’
③ 붙어라 국정원 10여명 밀착 마크
④ 묶어라 수갑-포승 풀지않고 조사
7일 오후 1시 5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구치감. 검찰청사 뒤편에 있어 일반인의 왕래가 거의 없는 이곳에 경광등을 단 승용차와 승합차 등 차량 4대가 조용히 진입했다. 앞뒤로 승용차가 1대씩, 가운데에 승합차 2대가 바짝 붙은 채 한 줄로 들어선 차량 행렬은 모두 검은색 틴팅(선팅)을 한 데다 따로 흰 종이로 창문을 가리는 등 철저하게 외부의 시선을 막았다.
승합차 2대가 철제 셔터가 쳐진 구치감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건장한 체격에 검은 양복 차림의 국가정보원 요원 10여 명이 일제히 내려 승합차를 둘러쌌다. 구치감 안쪽에 대기하고 있던 검찰 수사관과 경비교도관들도 수갑을 차고 포승에 묶인 채 승합차에서 내리는 두 사람을 서둘러 에워싸고 건물 안으로 호송해 갔다. 구치감 경내에 있던 대형버스 1대는 진입로를 가로막아 일반인의 접근을 통제했다. 불과 1, 2분 사이에 이들 차량은 한 편의 첩보영화처럼 두 사람을 검찰청사에 내려놓은 채 특별한 호송작전을 마쳤다.
이날 검찰청사로 호송된 두 사람은 바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1997년 귀순) 살해 지시를 받고 위장 탈북했다가 적발된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김명호(36) 동명관 씨(36). 지난달 20일 구속된 이후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아온 두 사람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로 신병이 넘겨져 4시간가량 검사 앞에서 첫 조사를 받았다.
두 사람은 수갑과 포승을 풀지 않은 채 조사를 받았고 조사실 주변에는 2중, 3중의 삼엄한 경계망이 쳐졌다. 이들이 조사를 받은 조사실 위치는 서울중앙지검 내에서도 직접 조사에 관여한 5, 6명만 알 정도로 1급 비밀로 취급됐다. 국정원과 검찰이 이들의 호송과 조사에 만전을 기한 것은 두 사람이 북한에서 15년이 넘게 특수훈련을 받아 언제든지 포위망을 뚫고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 김 씨와 동 씨는 맨손으로 2, 3명을 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 암살 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앞으로 이들을 몇 차례 더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또 이들의 진술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참고인 조사도 병행할 예정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의 구속기간은 50일로 일반 범죄자(30일)보다 길어서 검찰이 조사할 수 있는 기간은 30일가량 남아 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과정을 모두 영상으로 녹화해 법정에 증거자료로 낼 방침이다. 직파 간첩도 검거 즉시 대한민국 국민이 돼 조사과정에 변호인이 입회할 수 있고, 현재 국선변호인이 선임돼 있지만 이들은 변호인의 입회와 접견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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