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에듀칼럼/‘뿌리깊은’ 영어 만들려면 문학작품을 많이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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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1일 03시 00분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외국어영역의 듣기 비중이 50%로 확대된다. 전체 50개 문항 중 17개(34%)인 현재의 듣기문항이 25개(50%)로 늘어나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최근 발표는 문법·독해 위주에서 듣기·말하기 등 실용영어 위주로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일부 학부모는 학생들의 영어학습 부담이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교육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교육정책에 대해 이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학생 스스로 어떤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탄탄한 영어실력을 쌓는 일이다.

제대로 된 영어실력을 갖추려면 영어를 하나의 ‘언어’로서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영어를 단순히 점수를 따기 위한 수단이나 입시용 ‘스펙’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도구로 보아야 한다는 의미다.

언어는 한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채 언어를 배운다면 그 나라 사람들과 진심어린 대화를 할 수 없다. 영어독해 문제를 풀 때 작가의 의도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거나 듣기 문제에서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름달’이라는 단어를 보자. 우리는 ‘보름달’ 하면 강강술래나 토끼가 방아를 찧는 모습을 떠올린다. 이와 달리 영어권 사람들은 보름달의 영어표현인 ‘full moon’에서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같은 섬뜩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영어권에서는 달의 여신 ‘루나(Luna)’가 사람을 미치게 하는 기운을 뿜어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lunatic’이란 형용사는 ‘미친’이란 뜻을, ‘lunacy’란 명사는 ‘광기’란 의미를 갖고 있다. 이렇듯 문화적 배경을 알면 영어학습이 한결 쉬워진다.

영어실력을 쌓기 위해선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의식이 잘 드러난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 좋다. 단, 무리하게 욕심을 내기보다는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한다. 영어책은 읽기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말하기, 쓰기에 활용할 좋은 표현까지 익힐 수 있어 1석 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어휘나 문장을 발견하면 서너 번 다시 보면서 문맥에서 그 뜻을 유추하는 식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 사전을 이용할 땐 되도록 영영사전을 활용한다. 영영사전은 영어의 언어 체계에 익숙해지도록 도우며, 영어단어 사이의 용법 차이와 의미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 내용을 그대로 읽어주는 영어 테이프나 CD가 딸린 오디오북을 활용하면 듣기실력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아이의 영어실력을 키우려면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가 영어 자체를 좋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교육정책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아이가 혼란을 겪을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윤정호 EBS 외국어 강사·윤정호잉글리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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