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빛낼 대한민국 100인]1등 지상주의를 넘어… 모두가 1등인 ‘다양성의 천국’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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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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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인 2020년, 100인이 그려보는 한국사회는

양적-질적 성장 모두를
국민소득 4만달러 G10 기대
관용과 나눔도 흘러넘치길

그늘-약자에도 눈길을
경쟁 가열될 ‘20대80 사회’
패자부활전 기회 많아져야

창조-혁신 위한 도전을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새 길 개척 멈추지 않겠다



미래는 현재의 모습 위에 덧칠된다. 전반전 없는 후반전 없고, 8회말 없는 9회말 없듯이. 지금 좋은 점이 앞으로는 더 나아지기를, 지금 부족한 점은 고쳐지기를 인간은 기대한다. 100인이 분석한 10년 뒤 한국 사회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느끼는 희망과 절망을 거울처럼 보여준다.

이들이 그리는 세상에서는 물론 절망보다는 희망이 더 도드라진다. 꿈을 현실로 만들 그들의 능력, 10년 뒤에도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꿈을 꾸겠다는 그들의 다짐이 있기에 가능하다.

○국민소득 4만 달러의 G10 국가

2020년 한국은 강하고 풍요롭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고 주요 10개국(G10)에 진입했으며 남북 평화공존을 이뤄 낸 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신(新)실크로드 시대를 열어갈 중심 선진국가.

지식 과학 문화 부문에서는 선진화를 이룩한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도약한다. 과학 분야에서 처음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고 아시아권의 우수한 인재가 일본 대신 한국 대학을 찾는다.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고 연구개발(R&D) 허브로 한민족이 나아갈 길뿐만 아니라 인류가 나아갈 길을 고민하고 제시하는 리더 국가로 자리 잡는다.

신현송 대통령국제경제보좌관은 “세계 일류 국가가 돼 랭킹에 집착하지 않고 리더십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국가”라고 미래 한국을 묘사했다. 신재원 미국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사업본부장은 “스스로 선진국이라고 광고하지 않아도 세계가 인정하는 국가, 모든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봤다. 한국이 한반도라는 공간을 넘어 끝없이 도전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는다는 기대.

경제 성장이나 국민소득과 같은 양적 목표뿐 아니라 다양성과 자유 공존 배려 활력과 같은 질적 성장에 대해서도 낙관적이었다.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산업의 눈부신 발전으로 생활이 더욱 윤택해지면서도 과거보다 소외된 이웃을 돕는 나눔 문화가 확산돼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지오 KAIST 교수는 “경제적으로 부유할 뿐만 아니라 약자를 배려하고 문화적으로도 풍요로운 사회”를 희망했다.



○그늘과 약자에게 눈 돌려야

그늘이 없지는 않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경제 성장을 해야 하는 고민은 여전하다. 남북 통일 과정에서 한반도 안팎의 복잡한 정세와 사회 혼란, 경제 활력의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한숭희 서울대 교수는 “20%의 부유층과 80%의 서민층, 20%의 수도권대 졸업자와 80%의 지방대 졸업자가 취업을 경쟁하며, 그들은 다시 20%의 일류 직장과 80%의 이류 직장을 순서대로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경진 하자센터 프로젝트 매니저는 “여기는 베이스캠프 없이 에베레스트를 등반해야 하는 곳, 이대로 계속 가면 10년 후에는 1등만 살아남아 있는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라면서 1등 지상주의를 경계했다.

이 때문에 100인은 양적 성장에 걸맞은 추가적인 질적 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돈이 유일한 가치인 현실을 넘어 배려와 자유가 함께 신장된 사회, 합리적 지배구조(거버넌스)가 강화되고 시민정신이 커지는 사회를 위해서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에게 더 관용적인 성숙한 사회가 되기 위해 사회집단 간의 진지한 대화, 복지제도의 강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설가 박민규 씨는 “올라가는 빌딩의 높이보다는 그림자에, 그림자 속의 어둠에 연연하는 사회”를 바랐고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는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사회,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수평적 관점에서 다른 사람과 다른 분야를 바라볼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전과 나눔으로 꿈을 현실로

100인은 10년 뒤에 여전히 동시대에서 호흡하고 도전적이고 용감한,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후배와 후학에게서 존경과 신뢰를 받으며 자신의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신대륙을 열어나가는 콜럼버스 같은 존재를 목표로 삼았다. 피겨선수 김연아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어린 선수에게 알려줌으로써” 자신의 재능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공공재로 쓰겠다고 밝혔다.

강산이 변하는 세월이 지난 뒤에도 자기 분야에서 현역으로 남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이들의 다짐은 한국의 미래에 대한 약속이다.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 씨는 “한국인이 날 보면 세계를, 세계인이 날 보면 한국을 떠올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희망을 얘기했다.

목표가 같아도 그곳에 이르는 방식은 다르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모두가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다.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주목받는 업적을 거둔 100인이 제시하는 계획과 비전은 ‘성공 방정식’의 모범 답안이라고 할 만하다. 이광형 KAIST 석좌교수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소설가 신경숙 씨는 “불가능한 것과 약한 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사랑스럽지 않은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강화하겠다”고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100인은 누군가를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힘겹더라도 스스로 앞서가려는 의지가 넘친다는 점이 비슷했다. 해야 한다면 불가능해 보여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충만하다. 길을 여는 과정에서 부닥칠 어려움을 고통이라기보다는 기쁨으로 받아들인다. 김기문 포스텍 교수는 “후배가, 제자가 나의 어깨를 딛고 우뚝 설 날을 위해 거친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겠다”고 다짐했다.

10년, 20년이 흐르면 100인의 모습과 위치는 달라질 것이다. 2030년의 100인은 다른 얼굴로 채워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열망을 멈추지 않을 듯했다. “내 꿈이 변하지 않고, 꿈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뛰고 열정이 솟구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오충현 KOICA 보건의료연구관) “계속 꿈을 꾸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생이기를 바라기에….”(이명균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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