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 213명이 10일 오후 서울과 도쿄에서 동시에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1910년에 체결된 한일병합조약이 사실상 불법 무효라고 선언했다. 한일 양국의 지식인들이 한일병합조약의 원천 무효와 불법성에 대해 공개리에 합의한 것은 한일강제병합 이후 100년 만의 일이다.
김영호 유한대 총장과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등 한국 측 지식인 109명은 이날 오전 11시 반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한국병합’ 100년에 즈음한 한일 지식인 공동선언”을 통해 한일병합이 원천 무효라고 선언했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 측 지식인 104명도 같은 날 오후 도쿄 일본교육회관에서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공동성명서는 200자 원고지 23장 분량으로 김 총장과 와다 교수가 양국 지식인들의 의견을 조율했다.
양국 지식인들은 이 성명서에서 1965년 한일 기본조약 2조의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은 이미 원천 무효(already null and void)’라는 구절에 대해 양국 정부가 유지해 온 해석의 차이를 비교한 뒤 조약 체결 당시부터 불법 무효라는 한국 측 해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본조약상의 ‘이미’에 대해 한국은 조약체결 당초부터 불법 무효임을, 일본은 1948년 대한민국 성립으로 무효가 됐다고 해석해 왔으나 “병합의 역사에 관하여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과 왜곡 없는 인식에 입각해 뒤돌아보면 이미 일본 측의 해석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병합조약 등은 원래 불의부당한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당초부터 ‘null and void(원천 무효)’였다고 하는 한국 측의 해석이 공통된 견해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한국병합’은 대한제국의 황제로부터 민중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의 격렬한 항의를 군대의 힘으로 짓누르고 실현시킨, 문자 그대로 제국주의 행위이며 불의부정(不義不正)한 행위였다”며 “(한일병합) 조약의 전문(前文)도 거짓이고 본문도 거짓이다. 조약 체결의 절차와 형식에도 중대한 결점과 결함이 보이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한국 측에서는 김진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위원장, 이태진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고은 시인이, 일본 측에서는 사카모토 요시카즈(坂本義和) 도쿄대 명예교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씨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강제병합 100년을 앞두고 공동성명 준비를 시작해 5개월간 토론과 논의를 거쳤으며 5차례의 절충 끝에 성명서를 마련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