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열린사이버대 총장실에 들어서면 이 문구를 쓴 액자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학교 홍일식 총장(74)은 “40년도 더 된 액자다. 저 문구를 지어 조지훈 선생께 보여드렸더니 ‘참 좋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홍 총장은 “누구나 전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이버대야말로 저 문구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람 냄새 나는 교육을 펼쳐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 총장은 1994∼98년 고려대 총장을 지냈고 2002∼2004년에는 한국외국어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동원육영회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대학으로 다시 돌아온 건 6년 만. 그는 “여러 학교에서 총장을 해달라는 청을 받기도 했지만 소신과 달라 거절했다”며 “이번에는 인간적 의리와 정리(正理)를 보이는 것이 말년의 도리라고 생각해 자리를 맡게 됐다.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후배가 ‘방파제가 돼 달라’고 부탁해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열린사이버대는 올해 초 이사장 등이 68억 원을 횡령하고 재단에 140억 원의 보증채무를 떠넘기는 등 사학 비리가 밝혀져 홍역을 앓았다. 지난달 11일 새 이사진이 구성되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홍 총장은 A4 크기 용지에 직접 한자를 써 보이며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말처럼 어려움을 겪었으니 이제 학교가 안정돼 갈 것”이라며 “이 말은 학교 경영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19세기는 군사, 20세기 전반은 경제, 20세기 후반은 기술이 중심이었다. 21세기는 문화 중심”이라며 “앞으로 동세서점(東勢西漸)의 시대가 펼쳐질 것에 대비해 동양의 인본주의를 교육하는 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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