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국 의사 대표 300여 명이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집결한다. 의사 대표들은 ‘한국 의료살리기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현 정부의 의료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할 예정이다. 전국의 의사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2007년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의사들은 대통령선거 후보에게 전달할 의사들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모였다.
이 대회에는 의협중앙회와 16개 시도의사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의학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참석한다. 의대를 막 졸업한 사람부터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한자리에 모이는 셈이다. 현 정부와 정면대결까지 불사할 태세다.
최근 리베이트 쌍벌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7월 의약분업 10주년을 50여 일 앞두고 있어 의사들의 불만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이 대회에서 의사 대표들은 건강보험과 의약분업 제도의 개선과 재평가를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문정림 대변인(가톨릭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은 “정부 정책의 앞뒤가 잘못됐다. 낮은 수가로 산부인과를 비롯해 동네의원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데, 2000년 13조 원이었던 의료비가 10년 만에 3배로 뛴 것을 의사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의료비 40조 원 가운데 3조 원이 의약분업 이전에는 없던 ‘조제비’로 약사들에게 지급된다는 점을 집중 거론할 예정이다.
의사들은 의료규제 완화를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인사는 “의약분업은 김대중 정부의 정책이었던 만큼 현 정부는 의사들이 받았던 규제를 많이 풀어줄 줄 알았는데, 경제 분야는 풀어주면서 오히려 의료 분야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경만호 의협 회장의 태도 변화도 주목된다. 경 회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현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겠다며 우호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잇따라 의료계에 불리한 정책들이 나오면서 의사들의 불만이 커지자 현 정부와 협력관계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이번 대회를 통해 내비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모임도 의협 지도부의 소집에 의해서가 아니라 16개 시도의사회가 지도부에 요청해 열리는 것이다. 16개 시도의사회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이 파업을 할 때 의사 면허를 가진 6만5000여 명 가운데 4만여 명을 정부과천청사 앞으로 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다만 현 정부를 믿었던 만큼 배신감이 커 강경투쟁 방침이 정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또다시 의사파업으로 이어져 의료대란이 일어날 우려도 있다. 송우철 의협 총무이사는 “대표자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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