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골프장 꽃뱀’에 홀려… 도박으로 77억 뜯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영화 ‘타짜’처럼… 中 가짜 카지노서 26명 등친 일당 적발

호리호리한 몸매에 골프 실력도 수준급인 김모 씨(39·여)는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돈 많은 50대 사업가 A 씨에게 접근해 휴대전화를 잠시 빌려 썼다. 라운드를 마친 뒤 김 씨는 우연을 가장해 골프장 인근 음식점에서 A 씨를 다시 만났다. 자연스럽게 합석한 이들은 중국 골프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얼마 뒤 중국 푸젠(福建) 성 샤먼(廈門)으로 떠났고 김 씨는 “호텔 카지노에 한번 가보자”고 유혹했다. 바카라게임을 시작한 A 씨는 처음엔 연전연승을 거뒀다. 그러나 판돈이 점점 커지면서 순식간에 수천만 원을 잃었다. 여권을 맡기고 현지에서 억대의 돈을 빌렸지만 만회는 어려웠다. 김 씨는 “내가 카지노에 인질로 남아있을 테니 서울에 가서 돈을 부쳐 달라”고 한 뒤 A 씨로부터 돈을 송금 받았다.

김 씨 등 이른바 ‘골프장 꽃뱀’들은 사기 도박장을 개설한 최모 씨(58)와 짜고 영화 ‘타짜’에 나오는 수법으로 2005년 5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모두 26명으로부터 77억 원을 가로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카지노는 호텔 연회장을 빌려 가짜로 꾸민 시설이었고 종업원과 손님들도 모두 공범이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함윤근)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최 씨와 김 씨 등을 지명수배하고 공범 4명을 구속 기소,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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