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제겐 참선생님이 한분 계시죠 맨주먹으로 세상과 맞서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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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4일 03시 00분


‘스승의 날’ 포스코 글쓰기 공모전 고교 최우수 최원영 군

초중고 일반인 600여편 응모
중학생 최우수 송채영 양
일반부 주부 김희숙 씨 수상


경북 포항시 동지고 2학년인 최원영 군. 최군은 포스코교육재단이 마련한 선생님 주제의 글쓰기 공모전에서 고교생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진 제공 포스코교육재단
경북 포항시 동지고 2학년인 최원영 군. 최군은 포스코교육재단이 마련한 선생님 주제의 글쓰기 공모전에서 고교생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진 제공 포스코교육재단
“‘나도 너처럼 집이 매우 가난했단다. 가난한 우리 집도, 능력 없는 우리 아버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 그래서 이 악물고 더 열심히 공부했지.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교사가 되었지.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선생님처럼 가정형편이 어려운 내가 시험 성적이 안 좋은 것을 주변 환경으로 돌리고 상처는 받지 않을까 걱정해서 하시는 말씀 같았다. 나는 제자에게 이렇게 용기 있게 자신의 아픈 모습을 드러내는 선생님이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경북 포항시 동지고 2학년 최원영 군(17)은 가정 형편이 꽤 어렵지만 이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세상과 당당하게 맞서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최 군은 자신의 이 같은 태도가 중학교 3학년 담임이던 김현숙 선생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최 군은 김 선생님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캔디는 울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편지글에 담았다. 그는 “나에게도 이런 선생님 한 분이 계신다…. 세상은 결코 쉽고 만만한 게 아니지만, 그 세상을 이겨내는 것은 맨주먹이라는 것을 알려주셨다”고 ‘마음에 살아있는 스승’을 소개했다. 이 글은 포스코교육재단이 스승의 날(15일)을 앞두고 연 ‘제21회 선생님 주제 글쓰기 공모전’에서 고교생 부문 최우수작으로 뽑혔다.

포스코교육재단이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지역 초중고교 학생과 학부모,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공모전에는 일반인 117편을 비롯해 모두 600여 편이 응모했다. 중학생 부문에서 ‘바다 위의 괭이갈매기처럼’으로 최우수작에 뽑힌 송채영 양(14·포항 이동중 1학년)은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울릉도에서 사는 동안 음악줄넘기를 정성껏 가르쳐준 초등학교 선생님을 잊지 못하는 마음을 글에 담았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던 자신이 음악줄넘기를 계기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송 양은 글의 마지막을 “푸른 바다 위를 괭이갈매기가 유유히 날듯 선생님의 넓은 마음속에도 내가 영원히 날 수 있도록”으로 맺었다.

김희숙 씨(48·여·전남 광양시 금호동)는 미국인 원어민 교사와의 우정을 그린 ‘미국인 선생님, 메리!’라는 글로 일반부 최우수작에 선정됐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 겪는 가족 갈등을 메리 선생님의 긍정적 태도를 통해 해소해 나가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김 씨는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e메일을 주고받는다”며 “칭찬과 격려, 긍정의 힘을 가르쳐 주시고 우리 가족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준 메리 선생님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초등학생 부문 최우수작은 ‘따뜻한 식판’을 쓴 이세린 양(13·광양제철남초교 6년)이 받았다.

포스코교육재단은 입상자 79명이 참석한 가운데 15일 오전 11시 재단 소강당에서 시상식을 연다. 정차준 시인 등 심사위원 4명은 “제자 사랑, 스승 사랑이 가득한 글이 많아 읽으면서 뭉클했다”며 “진솔한 마음이 담긴 글은 그 자체로 훌륭해 이번 공모전은 인성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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