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소방안전본부는 13일 오전 인천 남구 문학동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리히터 규모 6.5의 지진에 대비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절차를 익히는 2010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에 참여한 소방차들이 화재를 조기 진압하기 위해 물줄기를 한 곳에 집중해 뿌리는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소방방재청
13일 오전 인천 남구 문학동 문학월드컵경기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것은 순간이었다. 오전 9시 57분 ‘꽝’ 하는 폭발음과 함께 경기장 안쪽에서 들리던 환호소리는 비명소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지진계에 기록된 리히터 규모는 6.5. 진앙은 대전 인근이었지만 멀리 떨어진 문학경기장까지 무너져 내렸다. 2분 후. 민방위 공습경보보다 주기가 약간 짧은 사이렌이 전국에 울리기 시작했다. ‘재난경보’였다.
○ 실전 같은 구조훈련
다행히 실제 상황은 아니었다. 인천소방안전본부가 주관한 지진 대비 소방 및 인력구조 훈련이었다. 소방방재청은 12∼14일 ‘2010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기간을 맞아 13일 전국 각 지역에서 소방본부를 중심으로 지진 대응 구조훈련을 가졌다.
장비와 인력은 실제 상황처럼 긴박하게 움직였다. 경기장 입구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던 중 입구 근처에서 또 한 번 대규모 폭발음이 들렸다. 외벽에서 떨어진 구조물이 사람들을 그대로 덮쳐 수십 명이 한꺼번에 매몰되는 상황도 연출됐다.
오전 10시 6분. 소방차 4대와 구급차 2대 등 첫 구조대가 9분 만에 도착했다. 입구 진입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구조대원들은 3층 난간에 로프총을 발사한 뒤 줄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1분 단위로 소방차와 구급차가 속속 현장에 나타났다.
첫 구조자는 상황 발생 17분 만인 오전 10시 14분에 나왔다. 잠시 뒤에는 119중앙구조대와 인천소방본부가 급파한 헬기가 경기장 안에 고립된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상공을 맴돌기 시작했다.
구조 작업에 속도가 붙을 때쯤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음이 다시 터졌다. 여진이 발생한 것. 상황 발생 32분 만인 오전 10시 29분. 상황이 급반전됐다. 화재는 첫 지진 때보다 더 빨리 번졌다. 유독물까지 새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군에서 화학대대를 동원해 특수차량으로 주변지역 제독에 나섰다.
상황 발생 42분 만인 오전 10시 39분. 소방지휘관들이 든 무전기에서 숨 가쁜 음성이 흘러나왔다. “(화재) 완전 진압.” 이날 훈련에서 집계된 가상 피해 규모는 사망 232명을 포함한 인명피해 872명, 재산피해 400억 원이었다.
○ 여진에도 사다리차는 계속 구조?
이번 훈련에 동원된 인력 839명과 살수차, 헬기, 독극물제거차량 등 각종 첨단장비 55대는 손발이 척척 맞았다. 그러나 운영상 미흡해 보이는 부분도 여전히 있었다. 여진이 발생했을 때 건물 안에 들어간 구조대원들에게는 대피 명령이 내려졌지만 외벽에서 고가사다리차를 타고 작업하던 대원들에게는 아무런 명령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날 모든 훈련 과정을 지켜본 이태식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 교수는 “인명구조작업을 도운 민간 자원봉사자가 안전모를 비롯한 보호장구를 전혀 착용하지 않은 것도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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