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키워드가 있는 책읽기]‘마지막까지 스승이었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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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7일 03시 00분


수백명이 넘는 제자들이 곳곳에서 찾아왔다
보스턴에서, 뉴욕에서, 런던에서…
그리고, 그의 묘비명엔 ‘마지막까지 스승이었던 이’

이슈 따라잡기


최근 스승과 제자가 15년간 손 글씨로 주고받은 편지가 책으로 발간됐습니다. 강원도 홍천에 사는 정수남 씨(57·여)와 그녀의 중학교 시절 스승인 김귀자 씨(65·여)의 이야기입니다. 40여 년 전 스승과 제자였던 두 사람은 졸업과 함께 헤어졌고 30여 년이 지난 뒤 우연히 다시 만났습니다. 제자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과 애정이 담긴 스승의 편지를 받은 정 씨는 감사의 답장을 보냈고 편지를 매개로 한 소통은 15년 동안 계속됐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이 돌아왔습니다. 1961년 충남 논산의 한 여고생이 쌀을 모아 병석에 누워계시던 은사를 찾아뵙다가 ‘1년에 하루라도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날을 정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뜻이 여러 학교로 퍼지면서 스승의 날로 자리 잡았고요. 본래 의미가 퇴색되어 올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처음으로 스승의 날 기념식을 취소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루게릭병(근위축증)에 걸려 죽음을 앞둔 노교수와 제자의 대화를 담은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함께 볼까요? 미국 브랜다이즈대에서 평생 사회학 강의를 한 모리 슈워츠 교수는 죽기 전 서너 달 동안 제자인 미치 앨봄과 매주 화요일 만나 ‘가족’ ‘후회’ ‘돈’ ‘결혼’ ‘용서’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슈워츠 교수의 마지막 강의에 담긴 삶의 지혜도 감동적이지만 이번 글에서는 둘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 대해 짚어보려고 합니다. 글을 읽기 전 여러분에게 참된 스승은 누구인지 생각해봅시다.

책 속에서 키워드 찾기


대학을 졸업한 미치는 직업을 찾지 못하고 실패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20대의 어느 날 미치는 44세의 젊은 나이에 췌장암에 걸린 외삼촌의 죽음을 가까이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미치는 삼촌처럼 허무하게 인생을 마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동안 돈과 일을 위해 미친 듯이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TV 방송에서 병에 걸린 슈워츠 교수의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죽어가는 스승을 찾아가 재회합니다.

“내 오랜 친구, 마침내 자네가 왔구먼.”

모리 선생님은 날 놓지 않으려고 내게 몸을 기댔고 내가 허리를 굽히자 양손으로 내 팔꿈치를 잡았다. 난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선생님이 너무나 다정스럽게 나를 대하는 데 놀랐다. ‘내가 현재와 과거 사이에 세웠던 담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는지 그만 깜박 잊고 있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졸업식 날이, 서류 가방이, 떠나는 내게 보여주었던 선생님의 눈물이 떠오르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이제 더 이상 그분이 기억하는 재능 있고 착한 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마음 속 깊이 알고 있었으므로.(38쪽)

이 렇게 둘의 마지막 수업은 시작됐습니다. 둘의 대화를 들여다보면 스승은 분명 가르치고 있지 않은데 제자는 무언가를 배웁니다. 함축된 지혜의 말은 집, 자동차, 통장 등 눈에 보이는 것과 직결되지 않지만 그보다 더 크고 넓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지난 번 찾아갔을 때 모리 선생님이 한 말이 생각났다. “우리의 문화는 우리 인간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네. 그러니 그 문화가 제대로 된 문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굳이 그것을 따르려고 애쓸 필요는 없네.”

선생님은 먹고 자연을 감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 텔레비전의 시트콤이나 ‘주말의 명화’를 보느라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화와 교류, 애정’이라는 인간 활동의 실을 잣는 사람이었고, 따라서 그런 활동들이 국그릇에 넘치듯 그의 삶에 철철 넘쳐흘렀다. 나 역시 ‘일’이라는 내 나름의 문화를 꾸려왔다. 영국에 갔을 때는 너덧 군데 언론사의 일을 하느라 어릿광대 공 던지듯 이리저리 정신없이 쏘다녔다. 하루에 8시간씩 컴퓨터 앞에서 보내며 미국에 기사를 공급했다. 이러한 일들이 내게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정이었다. 오랜 세월, 난 일을 친구삼아 그 외의 것은 모두 한쪽으로 밀어두고 살았다.(52쪽)

슈워츠 교수의 몸은 점점 굳어가는 가운데 강의는 계속됐습니다. 매우 다른 인생을 살았던 두 사람은 이제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스승이 전하는 메시지는 미치의 마음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지구 반대쪽에서 고통당하는 사람들 때문에 눈물을 짓는 스승을 보며 미치는 ‘나도 삶이 끝날 때는 이렇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과거엔 다른 사람의 삶은 물론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도 관심 없던 미치였습니다. 그런 미치에게 슈워츠 교수는 “미치, 언젠가 내가 자네 마음을 느슨하게 해줄 거야. 어느 날인가 자네에게 울어도 괜찮다는 것을 가르쳐줄 걸세”라고 말합니다. 스승은 이렇게 제자의 마음을 변화시킵니다.

그는 브랜다이즈대에서 사회심리학, 정신질환과 건강, 그룹 과정을 강의했다. 소위 ‘직업훈련’이라는 것은 경시하고 ‘개인 개발’을 중시하는 강의였다. 그런 이유 때문에 경영대와 법대 학생들은 모리 교수님의 헌신적인 강의를 ‘멍청할 정도로 순진한 짓’으로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겐 그저 그의 제자들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벌었나? 큰 소송에서 몇 차례나 이겼나가 중요했을 테니까.

그런데 경영대나 법대 졸업생들은 졸업 후 자신들의 노은사를 몇 번이나 찾아뵐까? 모리 선생님의 제자들은 늘 그를 찾아왔다.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 몇 달 동안 수백 명도 넘는 제자가 보스턴에서, 뉴욕에서, 캘리포니아에서, 런던에서, 스위스에서 찾아왔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혹은 도시 중심 빈민가 학교 프로그램을 주관하다가. 그들은 전화를 걸었고, 편지를 썼다. 또 한 번 찾아오기 위해 수백 마일을 운전했다. 한 마디의 말과 한 번의 미소를 나누기 위해서…. “여지껏 제겐 선생님 같은 분은 없었어요” 모두 그렇게 말했다.(124쪽)

“묘비에 뭐라고 적으면 좋을지 결정했네.”

선생님이 말했다.

“묘비 얘기 같은 건 듣고 싶지 않은데요.”

“왜? 마음이 초조해지나?”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그 얘긴 관두지 뭐.”

“아니에요. 말씀해보세요. 뭐라고 쓰실 거예요?”

선생님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서 말했다.

“이런 글귀를 생각했지. 마지막까지 스승이었던 이.”

그는 내가 그 말을 마음에 새길 때까지 기다렸다.

“마지막까지 스승이었던 이.”

“괜찮지?”

“네, 아주 좋은데요.”(144쪽)

책 읽고 생각하

① ‘나의 선생님’이라는 주제로 1000자 이내의 글을 써봅시다.

② 슈워츠 교수의 마지막 강의가 저자 미치 앨봄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책을 읽고 500자 이내로 정리해봅시다.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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