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으로서 표현의 자유냐’, ‘공무원 및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이냐’ 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시국선언을 둘러싼 법조계 안팎의 논란에서 대전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14일 후자의 손을 들어 줬다. 대법원 최종 판결을 남겨 놓고 있지만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1심 판결을 상급 법원이 처음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다른 항소심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정치적 집단의사 표시
그동안 법원이 시국선언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린 근거는 ‘개인 자격으로 의견을 표현하지 않고 대규모로 정치적 견해를 밝힌 행위는 다수의 힘을 빌려 정치적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공익에 반하고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반면 무죄 판결은 ‘특정 정당이나 개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가 아니므로 정치적 중립의무에 반하지 않고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근거였다.
대전지법은 이번 항소심에서 공무원 및 교사로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 재판부는 유죄 판결 이유에 대해 “헌법 및 관련 법률은 공무원 및 교원이라는 지위나 직무의 성질, 공무원 및 교원의 정치적 의사표시가 국민 전체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정치적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고 밝혔다. 또 “각 시국선언문의 내용 및 표현방식, 기획 과정, 추진 방법, 참가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단순한 표현의 자유를 넘어 문제가 될 수 있는 정치적 표현의 영역임이 명백했다”며 “이번 시국선언은 그 내용에 동조하는 교사들이 정치적 견해를 집단적으로 표명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주적이고 독자적인 판단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의 인격 전반을 지도하는 교사가 정치적 행위를 할 경우 학생들을 잘못 인도할 수 있다는 점도 유죄판결을 내린 중요한 이유였다.
○ 유죄 무죄 엇갈린 판결 정리
전교조 시국사건에 대한 1심 선고는 올해 1월 29일 전주지법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당시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가 일률적으로 제한돼서는 곤란하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해 유죄를 받을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여서 편향 판결 논란을 일으켰다. 본격적인 논란은 2월 4일 인천지법이 ‘시국선언이 교사들의 집단행위이고 판단력이 미숙한 학생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대전지법 홍성지원과 대전지법에서 유죄와 무죄의 엇갈린 판결을 내려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후 청주, 제주, 수원, 부산지법은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같은 관할 법원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고 전국적으로 유죄6 대 무죄2의 정반대 판결이 나오자 전교조의 시국선언 판결은 사법부의 신뢰 논란으로 확산됐다.
이번 판결이 향후 항소심 판결의 가닥을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 들쭉날쭉했던 1심 판결을 한번 정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전지법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법원의 항소심에서 견해를 달리하는 판결은 여전히 가능하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며 “다만 대전지법 항소심이 관내에서 견해를 달리한 1심 결과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정리하였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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