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14명 기소

e스포츠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프로 리그에서 승부조작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밝혀져 전·현직 프로게이머 등 14명이 무더기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위재천)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를 돈으로 매수해 승부를 조작하고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수천만 원의 배당금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프로 게이머 양성학원 운영자 박모 씨(25)를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또 돈을 받고 박 씨 등 브로커들과 프로 게이머들을 연결시켜준 현직 프로게이머 원모 씨(23)와 K3리그 축구선수 정모 씨(28)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돈을 받고 일부러 경기에서 져주는 식으로 승부조작을 한 프로 게이머 6명은 벌금 200만~500만 원에 약식 기소됐고, 군팀에 소속된 1명은 군검찰로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조직폭력배 김모 씨(지명수배)와 함께 원 씨 등을 통해 경기에 출전하는 프로게이머들에게 건당 200만~650만 원을 주고 경기에서 지도록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수법으로 11차례 승부를 조작한 박 씨와 김 씨는 e스포츠 경기를 전문으로 하는 불법 도박사이트에 9200만 원을 배팅해 배당금으로 1억4000여만 원을 챙겼다고 검찰을 밝혔다.

검찰조사결과 매수된 프로 게이머들은 경기 전에 자신의 전술을 상대방에게 미리 알려주거나 경기 초·중반에 줄곧 우세를 유지하다 갑자기 방어를 허술하게 해 막판에 지는 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재천 부장검사는 "정상급 선수가 아니면 큰 돈을 벌지 못하고 20대 중반이면 은퇴를 고려해야 하는 프로게이머의 현실 때문에 선수들이 유혹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