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교육계 CEO 초대석/박명전 에듀왕 대표이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8일 03시 00분


“수학의 왕이 되는 길… 초교때부터 다양한 해결방법 훈련을”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에 대해 싫증을 느끼고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기초를 튼튼히 쌓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선행학습보단 시기에 맞게 깊이 있게 공부해 사고의 폭을 넓혀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명전 ㈜에듀왕 대표이사(사진)는 “특히 초등학교 때는 반복적으로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 수준 따라 자체 개발 6단계 학습지 활용해 문제해결력 키워
미국 독일 등 해외에도 지사 설립… 태국 기업과 현지어로 교재 번역도


수학전문학원인 ‘왕수학교실’로 이름난 종합교육기업 에듀왕은 초등학교 전 과목, 중학교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고등학교 수학 등 총 200여 종의 교재와 더불어 최근에는 중1∼3학년 영어 및 중1 수학 교과서도 출간했다. 영어학원 브랜드 ‘하이플러스’, 방문교육 브랜드 ‘아이왕’ 등을 운영한다. 또 자체 개발한 한국수학학력평가(KME)를 연 2회 실시 중이다. 올해 초에는 ‘점프수학 교실’ ‘점프영어 교실’ 등 공부방 사업을 시작했다.

13일 서울 에듀왕 본사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수학지도교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특히 수학 과목에 주목한 이유는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이 다른 과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모습을 많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는 수학과제를 해오지 않는 학생들을 엄하게 다스렸다. 과제를 하는 동안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으면서 성장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왕수학’이란 이름도 “수학의 왕이 되고 싶다”는 한 학생의 얘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는 경시대회반을 지도하면서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상 수상자 등을 배출했다. 1996년 자신의 수학 학습법을 전문적으로 연구,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에 교단을 떠났다.

그는 왕수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초등왕수학시리즈를 출간했다. 1997년에는 수준별, 단계별 학습법을 적용한 ‘왕수학교실’을 내놨다. 학생 수준에 따라 자체 개발한 6단계의 교재(A, B, B+, C, S1, S2)를 활용하면서 문제해결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령 학생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오라는 문제를 냈다고 해볼까요? 작은 도랑에서는 도랑을 막고 물을 퍼낸 후 손으로 잡는 방법이 편합니다. 물이 적은 강에서는 족대나 통발을 사용해야 하고, 물이 많은 강에서는 그물이나 낚시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처럼 하나의 문제를 두고도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박 대표는 총 100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강사들이 학생을 지도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직접 고안한 ‘PMJ(Professional Mathematics Jump) 교수법’을 강사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이는 교사 시절 수학영재들의 문제접근방식을 수집, 분석, 체계화해 만든 총 11가지 수학지도법. 이 교수법에는 △문제를 보고 그림을 그려서 푸는 방법 △표를 그려서 생각하는 방법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해 실마리를 찾는 방법 △고정관념을 깨거나 규칙성을 찾아 해결하는 방법 △기본원리를 찾아내 푸는 방법 등이 있다.

왕수학교실의 가맹학원은 2000년 300개, 2002년 900개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해 현재는 전국에 걸쳐 학원 1300여 개와 회원 2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0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미국 교과과정에 맞춰 영문판 왕수학교실 교재를 제작 보급했으며, 미국 내에 60여개의 왕수학교실을 선보였다. 캐나다, 독일, 뉴질랜드,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지에도 지사를 설립하며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태국 교육시장에 대한 박 대표의 애정은 남다르다. 태국의 수학 교과과정이 우리나라와 유사해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대표는 2007년 태국 교육기업과 계약을 체결해 왕수학교실 교재를 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태국어로 번역된 교재에는 ‘다보탑의 높이는 15.4m이고, 석가탑 높이는 8.2m일 때 두 탑의 차이는 얼마인가’ 등 우리나라의 문물을 소개하는 문제들이 그대로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태국에 자연스럽게 전파하는 기회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09년 3월에는 태국 교육부 산하 과학교육진흥원(IPST)과 태국 영재교육과정 개발과 연계 프로그램 지원에 대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국내 교육업체가 태국에 진출한 사례는 있지만 교육부 산하 기관과 협력관계를 맺은 것은 에듀왕이 처음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태국 내에 왕수학교실 회원 수는 약 5000명, 가맹학원은 60여 개다. 올해 말에는 태국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태국수학학력평가(TME)를 실시할 계획. TME는 에듀왕이 자체 개발한 한국수학학력평가를 태국 현지화한 프로그램이다. 박 대표는 “태국 내 공교육 기관의 교사 교육, 방과 후 수업, 영재교육까지 진출할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태국에서 구현한 사업모델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2008년은 유독 기억에 남는 해다. 그해 에듀왕은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산업정책연구원이 주관하는 ‘제10회 대한민국 브랜드대상’에서 교육기업으론 최초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올해 초 박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초등생 대상 ‘점프 공부방’ 사업을 시작한 것. 이 공부방은 학생의 학습능력에 따라 공부계획을 세워준 뒤 학습 진행상태를 관리 보완해 주는 이른바 ‘3단계 학습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교육사업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중요한 건 교육사업을 단지 사업가의 시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최고의 교육 콘텐츠는 그 자체로 최고의 사업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것이 지금도 교재를 꼼꼼히 점검하는 이유입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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