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돈을 개인 용도가 아닌 국가를 위해 쓰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15일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7억6680만4250원짜리 잭폿을 터뜨렸던 안승필 씨(60)가 당첨금 전액을 KAIST에 기부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안 씨는 17일 강원랜드가 마련한 당첨금 전달식에 참석해 “이 돈이 한국 과학기술 발전에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다”며 기부 확인서에 서명했다. 안 씨의 ‘행운의 손’이 ‘미담의 손’으로, 당첨금 전달식이 기부금 확약식으로 바뀐 셈이다.
서울에서 작은 면직물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안 씨는 “당첨 직후에는 사업상 생긴 빚을 갚는 데 쓸 생각이었지만 더 의미 있는 일에 쓰는 게 낫다고 판단해 마음을 바꿨다”며 “가족들도 내 뜻에 동의해 줬다”고 말했다. 안 씨는 불경기로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한때 40억 원의 빚을 진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을 갚았고 현재 감당할 만한 수준의 빚이 남아 있다고 한다. 7남매 중 넷째로 자란 안 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많이 배우지 못했다”며 “평소 배움에 대한 동경이 컸다”고 덧붙였다.
기부 대상으로 KAIST를 택한 것은 얼마 전 TV에서 본 KAIST 교수의 인터뷰 때문. 안 씨는 “이 교수가 ‘한국 과학기술에 대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대로 가다간 조만간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역대 최고액 잭폿의 주인공인 안 씨의 손을 동판으로 만들어 카지노 객장에 전시할 계획이다. 또 기부천사가 된 안 씨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1년 동안 강원랜드 호텔 무료 숙식권을 비롯해 콘도 50% 할인, 골프장 그린피 무료, 스키장 무료 시즌권을 제공한다. 1년 뒤에는 향후 10년간 강원랜드 모든 시설 이용 시 50%를 할인해 준다.
강원랜드는 KAIST와 협의해 곧 카지노 객장에서 전달식을 열 계획이다. 기부 금액은 당첨금에서 세금을 뺀 5억4675만 원 전액이며 강원랜드가 보관 중이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잭폿 당첨금을 기부하는 분은 처음 봤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존경받을 만한 일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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