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임신가능 코끼리 없어
9마리 다 죽으면 사라져
김해성 목사와 오랜 인연 덕
내달 비행기로 공수 예정
“휴…. 동물원을 찾은 아이들이 코끼리도 한번 못 볼 뻔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18일 국내 동물원 관계자들이 한숨을 놨다. 서울대공원 등 동물원에서 코끼리가 사라질 뻔한 위기상황에서 스리랑카 정부가 17일 “한국에 암수 코끼리 한 쌍을 선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자 안도하게 된 것.
국내 동물원에는 모두 9마리의 코끼리가 있다. 하지만 이 중 암코끼리는 2마리뿐인 데다 그마저도 각각 45세와 28세의 고령(高齡)으로 이 코끼리들이 제대로 새끼를 갖기 어려워 “앞으로 동물원에서 아이들이 코끼리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서울대공원 등은 코끼리를 구하러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코끼리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사고팔 수 없는 멸종위기 동물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민 지원 전문단체 ‘지구촌사랑나눔’의 도움으로 6월이면 어린 암수 코끼리 한 쌍이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올 수 있게 됐다.
코끼리 기증에는 지구촌사랑나눔 김해성 목사(49)와 마힌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65)의 특별한 인연이 큰 역할을 했다. 14년 전인 1996년 경기 광주시의 한 도로 앞을 지나던 김 목사는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스리랑카인 2명을 발견했다. 김 목사는 이들을 집으로 데려가 따뜻한 밥을 먹였다. 이때부터 김 목사가 운영하는 ‘성남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는 스리랑카인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당시 야당 정치인이던 마힌다 라자팍세 의원의 조카 자민다 라자팍세 씨도 있었다. 라자팍세 의원은 2003년 4월 한국을 방문하는 등 김 목사와 친분을 쌓았고, 그는 2005년 11월 스리랑카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스리랑카가 지진해일(쓰나미)로 재난사태에 빠진 2004년 12월, 김 목사는 의료진과 함께 한 달 가까이 진료활동을 했다. 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함께 430만 달러 상당의 생필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지원에 라자팍세 대통령이 화답했다. 올해 1월 스리랑카를 방문한 김 목사에게 “그간 지원에 대해 감사했다. 코끼리를 선물로 주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이후 ‘국내에서 코끼리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김 목사는 화들짝 놀라 3월 말 스리랑카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그때 주기로 한 코끼리를 달라. 이왕이면 한 쌍을 달라”고 부탁했고 라자팍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 김 목사는 “우여곡절 끝에 코끼리가 들어오는 만큼 아이들에게 큰 즐거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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