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은 한국의 명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오대산에서 시작된 차령산맥이 서남쪽으로 뻗어 내리다 강원 원주시에 이르러 불쑥 솟아난 것이 치악산이다. 주봉인 비로봉(1288m)을 비롯해 남대봉, 향로봉, 삼봉, 천지봉 등 1000m 넘는 봉우리가 즐비하다. 치악산은 198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면적은 181.631km²(약 5494만 평).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집계한 지난해 탐방객은 48만여 명이다.》
이달 13일 행구동공원지킴터를 들머리로 잡아 향로봉을 찾았다. 거리는 2.8km. 치악산 등산로 가운데 비교적 수월하다고 알려진 코스다. 그러나 역시 ‘악산’답다. 정상까지 잠시의 평지도 허용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힘든 나머지 치악산을 ‘치가 떨리고 악이 받치는 산’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치사하고 악한 산’은 아닌 듯하다. 나무와 꽃으로 빽빽한 숲은 마음에 넉넉함을 주고 시원한 계곡의 물줄기와 바람은 산행의 힘겨움을 잊게 해 준다.
해발 1042.9m 향로봉 정상의 조망은 좋은 편은 아니다. 나무들 사이로 겨우 비로봉이 보인다. 정상 좌우로 산세가 완만하다. 시루를 엎어놓은 모양 때문에 ‘시루봉’으로도 불리는 것이 이해가 된다. 한쪽으로는 원주시 행구동과 태장동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하하는 차령산맥 줄기도 손에 잡힐 듯 보인다.
향로봉 정상에서 국립공원 자원활동가로 8년간 활동해 온 최명섭 씨(54·원주시 단계동)를 만났다. 최 씨는 짬짬이 치악산에 올라 식물 생태를 조사한다. 최 씨는 “치악산의 최대 자랑거리는 부드러움과 거친 면이 조화를 이루는 점”이라며 “사계절 어느 때 오더라도 질리지 않는 산”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치악산은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으로 화려함을, 여름에는 울창한 송림과 계곡 물로 시원함을 뽐낸다. 가을에는 단풍으로 온 산을 물들이고 겨울에는 설경이 일품이다.
치악산은 골짜기마다 전설과 설화를 담고 있다. 옛 이름은 동악명산(東岳名山) 또는 적악산(赤岳山). 산세가 뛰어나고 험한 데다 단풍이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다. ‘꿩 치(雉)’자 치악산으로 바뀐 것은 ‘은혜 갚은 꿩’의 설화 때문. 자신을 구해준 선비를 살리기 위해 종을 머리로 들이받아 세 번 울리게 한 뒤 죽었다는 보은설화가 상원사에 전해져 내려온다.
치악산의 명성은 오랜 세월 절과 함께했다. 한때 70여 개의 절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상원사를 비롯해 구룡사, 국형사, 보문사, 입석사, 영원사 등 몇 곳만 남아 있다. 상원사에는 고려 석탑 양식의 쌍탑이 있고, 구룡사에는 보광루와 범종각, 삼성각, 사천왕문 등 다양한 건축물이 있다.
치악산의 자연경관으로는 구룡계곡, 부곡계곡, 금대계곡 등 아름다운 계곡과 구룡소, 세렴폭포의 물줄기가 볼만하다. 또 전쟁 유적지인 영원산성과 천연기념물 93호인 성남리 성황림도 있다.
치악산은 국립공원답게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다. 코스도 다양해 반나절에서 종주 코스까지 능력껏 고를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짧은 코스라도 만만히 봐선 안 된다는 것. 등산로는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 홈페이지(chiak.knps.or.kr/Index.aspx)를 참고하면 된다.
치악산 주변에는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등산로 주변마다 송어횟집, 횡성한우, 산채, 순두부 등 각종 음식점과 카페가 즐비하다. 입맛대로 별미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치악산=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이 시리즈는 매주 목요일에 게재되며 공동기획 동아닷컴(localen.donga.com)에서언제든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제보도 가능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