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했나? 결정적 물증 나오자 마지막 생떼
교란전술? 수용여부 놓고 남한내부 균열유도
내부단속? 주민방송으로도 보도… 결속 강화
북한 국방위원회가 20일 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 발표를 검증할 ‘검열단’을 파견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북측은 민군 합동조사단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한 지 30분 만인 오전 10시 반 신속하게 국가 최고기관인 국방위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놓았다. 북한이 과거 대남 도발 직후 사람을 파견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한 적이 없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 다급한 부인 카드
북한은 천안함 침몰 22일 만인 지난달 17일 처음으로 자신들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한 후 부인의 강도를 높여 왔다. 부인하는 주체도 조선중앙통신(4월 17일)과 조선신보(5월 17일) 등 언론매체에서 최고인민회의(5월 17일), 조선노동당 소속 대남단체(5월 19일)로 격상됐다. 북한은 ‘날조 유포’에서 ‘자작극’으로 표현도 강화해 왔다.
북한이 20일 검열단 파견이라는 초유의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우리 정부가 북한제 어뢰라는 ‘결정적인 물증’을 내놓고 국제공조를 강화하는 것에 대한 최후의 부인 카드로 분석된다. 특히 성명이 ‘전면전쟁’을 엄포한 대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나 군사적 무력시위 등 제재를 모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북한 해군 대변인이라는 박인호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강사가 천안함 사건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등의 관계도 없는 이런 천안함과 같은 배를 무엇 때문에 까겠는가”라며 천안함을 공격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미국 APTN 방송이 보도했다.
○ 남한 내부 교란 전술
천안함 격침에 이어 남한 내부를 교란하려는 계획된 공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사건이 북한과 무관하다고 믿는 일부 진보진영 인사는 벌써부터 북한의 제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8월 김대중 대통령의 상가에 북한 조문단이 내려와 정상회담을 논의한 것처럼 국방위 인사들이 내려와 남북 정상 간 통 큰 대화를 제의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한 대북 전문가는 “범죄자가 자신의 혐의가 증거로 드러나자 조사가 제대로 됐는지 안 됐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격”이라면서 “그들이 내려와 여론의 관심을 끌고 사건에 대해 이런저런 다른 소리를 내놓으면 사회가 또다시 두 쪽으로 갈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남한 정부 발표에 대한 내부 단속용?
이날 국방위 대변인 성명은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청취하는 대내용 라디오인 조선중앙방송과 텔레비전 방송인 조선중앙TV로도 보도됐다는 점에서 대내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방송을 여러 경로를 통해 청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남한 정부의 발표 내용을 보았을 주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 지도부가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남한 정부의 발표를 주민들에게 공식 부인하면서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혀 체제 유지와 주민 결속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명은 ‘검열단 파견을 제의하니 남측이 받아들이라’는 대남용 표현이 아니라 ‘검열단을 남조선 현지에 파견할 것이다’라며 주민들에게 계획을 밝히는 대내용 표현을 썼다.
대남 무력도발과 테러행위를 감행한 뒤 돌연 대화를 제의해 남북관계의 기선을 잡으려는 오랜 대남전술의 재판이라는 평가도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냉전기와 탈냉전기, 햇볕정책기에 끊임없이 도발을 자행한 뒤 이후의 한반도 상황을 구실로 대화를 제의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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