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원조로 교과서 찍던 한국, 세계문화유산 보존 선도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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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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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가입 60년… 받는 나라서 주는 나라로

6·25직전 55번째 회원국 가입
폐허속 10만달러 받아 교육

이젠 베트남-케냐등 지원
‘직지상’ 제정 유산보존 앞장
분담금, 193개국 중 11위

《“(광복 이후) 지난 5년간 이룩한 한국 교육 기반이 불과 3개월 새 다 파괴됐다.” “국토 전역이 파괴됐으니 기초적인 것부터 필요할 것이다” (유네스코 간행물 ‘쿠리에’ 1950년 10월호) 6·25전쟁이 터지기 직전인 1950년 6월 14일, 1년에 걸친 노력 끝에 한국은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의 55번째 회원국이 됐다. 가입하자마자 전화에 휩싸인 한국은 유네스코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8년 경기 이천시 유네스코 평화센터에서 열린 제43차 국제청년캠프의 모습.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1978년부터 열어온 이 캠프에서는 세계 각국 젊은이들이 모여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토론을 벌인다. 사진 제공 유네스코한국위원회
2008년 경기 이천시 유네스코 평화센터에서 열린 제43차 국제청년캠프의 모습.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1978년부터 열어온 이 캠프에서는 세계 각국 젊은이들이 모여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토론을 벌인다. 사진 제공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유네스코는 한국을 도울 방안을 회원국들에게 촉구했고 실행에 옮겼다.

1951년 유네스코는 유엔한국재건단(UNKRA·운크라)과 함께 한국에 긴급원조자금 10만 달러를 지원해 교과서 인쇄공장을 세웠다. 1956년 이 공장에서 처음 찍은 초등학교 교과서 뒷장에는 ‘금번에 유네스코와, 운끄라에서 인쇄기계의 기증을 받아, 국정교과서 인쇄전속공장이 새로 생겼는바, 이 책은 그 공장에서 박은 것이다. 문교부 장관’이라 적혀 있다. 유네스코는 1952년 교육사절단을 파견해 교육재건을 위한 건의서를 작성해 한국정부에 제출했고, 이는 전후 교육정책 방향을 잡는 지침이 됐다.

올해로 한국이 유네스코에 가입한 지 60년이 됐다. 그 사이 한국은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한국의 유네스코본부 연간 재정분담금 규모는 193개 회원국 중 11위로 약 100억 원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캄보디아의 역사교과서 편찬사업, 베트남 교육세미나를 비롯해 저개발국가의 교육 관련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2001년 이후 교육사업 지원 국가의 범위를 아시아를 넘어 케냐 리투아니아 말라위 르완다 등 세계로 넓히고 있다.

유네스코와 운크라의 지원을 받은 공장에서 1956년 인쇄했다고 명시한 초등학교 교과서. 사진 제공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유네스코와 운크라의 지원을 받은 공장에서 1956년 인쇄했다고 명시한 초등학교 교과서. 사진 제공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유네스코 한국위는 2002년 인쇄용지 200t을 북한에 보냈고 2006년 말 중고 교과서 인쇄용 윤전기도 지원했다. 유네스코 한국위 교육팀 이주옥 씨(30)는 “당시 북한의 교과서가 4명당 1권일 정도로 수급 상황이 나빴는데 지원 이후 사정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유네스코 한국위는 기록문화유산과 무형문화유산 보존 분야에서 세계 각국을 이끄는 기구로 자리 잡았다. 2006, 2007년 ‘아시아 기록유산 보존 지원 사업’의 하나로 몽골과 스리랑카에 기록문화재 보존 방식을 전수하기도 했다.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허권 유네스코평화센터 원장은 “몽골에서는 기록 보존고의 습도를 대야에 물을 받아 맞출 정도로 장비가 열악했다”며 “한국위는 기록물·무형문화재 보존 워크숍을 꾸준히 개최했고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관련 단체들이 협력하도록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한국위는 ‘직지심경’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한 ‘직지상’을 2004년에 제정해 기록유산 보존과 활용에 공헌한 세계 각국의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는 유네스코 가입 60주년과 유네스코 아태지역 총회 한국 개최를 기념해 21일부터 29일까지 ‘유네스코 주간’으로 정했다. 25∼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외 교육·예술 전문가 2000여 명이 참여해 예술교육의 정책 흐름과 향후 전망을 논의하는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를 주최하며 아시아태평양 46개 회원국 대표들을 초청해 경남 합천군 해인사에서 사찰 생활을 체험하도록 한다. 유네스코의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도 22일 방한해 한국의 유네스코 가입 60주년을 축하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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