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잡아야 ‘발길’ 잡는다
길이 220m LED 천장스크린… ‘온리 원’ 특화상점-상품…
日, 할인점도 유치 북적북적…유행 뒤떨어지는 브랜드 퇴출
中, 대형 상징물로 쇼핑객 유혹…이벤트로 젊은층 사로잡아
이달 9일 오후 4시 일본 도쿄 중심부 긴자에서 전철로 1시간 10분 가량 떨어진 사이타마(埼玉)현 복합쇼핑몰 라라포트(Lalaport) 신미사토(新三鄕)점. 주변은 높지 않은 아파트가 멀리 보이긴 하지만 고층건물 없이 대부분 단층 목조주택으로 이뤄진 한가로워 보이는 전형적인 일본의 지방도시 풍경이었다. 신미사토 역에서 나와 육교로 연결된 쇼핑몰로 들어서자 일요일을 맞아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쇼핑에 나선 사람들로 북적였다. 중저가 브랜드 위주의 의류 잡화 식음료 등 178개의 점포가 입점한 이곳은 지난해 9월에 개장했지만 벌써 주말이면 최고 6만 명이 찾는 지역명소가 됐다.
●최소 2시간 이상 머물 수 있어야
연면적 14만2000㎡(4만3000평)의 쇼핑몰은 2층에 불과하지만 매장과 복도의 공간구성이 예상외로 넓었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쇼핑객들에겐 여유로움까지 느껴졌다. 각종 이벤트 행사가 열리는 쇼핑몰 중앙광장 무대에서는 이날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가 흘러나와 쇼핑객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었다. 신미사토점 매니저 에리코 곤노 씨는 "볼링장 오락실 가라오케 당구장 등을 갖추고 있어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며 "멀리는 도쿄와 이바라키, 도치기 등에서도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라라포트 바로 옆에는 대형가구매장인 이케아(IKEA)와 대형할인매장인 코스트코(COSTCO)가 한 단지 안에 자리 잡고 있었고 이곳역시 쇼핑객들로 가득 찼다. 이곳을 개발한 미츠이(三井) 부동산 상업시설본부의 프로젝트 매니저 토요다카 시나다 씨는 "도심외곽의 경우 단순 쇼핑몰만 가지고는 고객들을 유치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구상단계부터 이케아와 코스트코 같은 대형매장의 입점을 함께 추진했다"며 "일정수준의 고객수를 유지하는게 쇼핑몰의 성패를 가름짓는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1981년 라라포트 도쿄베이점을 오픈한 미츠이 부동산은 이후 도쿄 도요스점, 가나가와 요코하마점 등 모두 10개의 라라포트 매장을 개장했다. 장기불황 속에 일본 유명 백화점들이 속속 문을 닫는 속에서도 라라포트의 경우 연간 1조 2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흑자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시나다 씨는 "쇼핑몰을 설계할 때 손님들이 최소 2시간 이상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부가서비스를 계획한다"며 "각 쇼핑몰의 시장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해당 지역에 맞게 점포구성을 바꿔나가는 것도 흑자를 내는 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도쿄베이 점의 경우는 처음에 200개의 점포로 시작했지만, 상권변화나 경기흐름에 맞게 네 차례에 걸친 신증설과 입점업체 변경을 통해 현재 540개의 점포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징물로 쇼핑객을 유인하라
13일 오후 2시 중국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 있는 쇼핑몰 스마오텐제(世貿天¤+介·THE PLACE)의 중앙통로에서는 주말에 있을 미국의 한 다국적기업의 제품을 홍보하는 이벤트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스마오텐제의 중앙통로에서는 매 주말이면 이런 이벤트 행사가 줄지어 열린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대사관을 비롯해 한국의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도 이곳에서 여러 차례 홍보행사를 가졌다. 중앙통로를 가로지르는 길이 220m의 대형 천장스크린은 스마오텐제 최고의 명물이다. 미국 라스베가스에 있는 400m의 스크린보다는 적지만 스크린 전체가 LED로 이뤄져 밤이면 스크린에서 내뿜는 영상과 빛으로 일대가 장관을 이룬다. 2007년 9월 오픈한 쇼핑몰은 중앙통로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2개의 건물에 230개의 매장이 입점해있다.
백화점과 차별을 위해 명품보다는 중저가 브랜드로 위주로 상품을 배치해 젊은 쇼핑객을 유치하는 힘을 쏟고 있다. 이 쇼핑몰은 이제 주말이면 8만 여명이 찾는 베이징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스마오텐제가 위치한 곳은 베이징의 업무상업중심지역으로 낮에는 붐비지만, 저녁이면 썰물처럼 빠져나가 공동현상이 빚어지는 곳이었다. 스마오텐제 CEO 메이링 천은 "밤이면 썰렁하던 지역이 이제는 활력이 넘치는 쇼핑중심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단시간에 이름을 알린 데는 쇼핑몰의 상징물인 천장 스크린이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베이징 시민들도 더 이상 쇼핑만 즐기지 않는다"며 "이런 요구에 맞춰 헬스장과 대형 어린이 놀이터, 소형극장과 다양한 편의시설들을 마련해 레저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온리 원-자기만의 대표 상점과 특정 상품을 갖춰라
일본 도쿄도심 미나토구의 대표적인 고급 주거업무쇼핑 복합단지 롯폰기(六本木) 힐스. 도심재개발 사업을 통해 2003년 10만9000㎡(3만3000평) 부지에 들어선 이곳은 54층의 메인빌딩인 모리타워를 비롯해 하얏트 호텔, 아사히TV 방송국과 4개의 고급아파트 등으로 이뤄졌다. 이곳의 쇼핑몰은 건물과 동선별로 웨스트워크, 힐사이드, 케야키자카, 메트로 햇, 노스타워 등 5곳으로 나뉘어 228개의 점포가 입점해있는 것이 특징. 웨스트워크는 식음료시설, 힐사이드는 자체브랜드, 케야키자카는 명품관 등이다. 때문에 고객들이 매장을 찾으려면 발품을 팔아야하지만, 쉽게 지루해하지 않고 매장을 찾아가면서 롯폰기 힐스의 다양한 모습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이곳은 중저가 위주의 라라포트와는 다른 개념의 쇼핑몰이다. 입점 매장들은 고급주거단지 및 상업시설에 맞춰 최고급명품 매장이거나 일본 업계 1위에서 10위까지의 브랜드만 입점시켰다. 또 입점업체들은 롯폰기 힐스에서만 볼 수 있는 상품을 선보여야 한다. 식음료점들 역시 롯폰기에서만 파는 메뉴 1가지씩 개발해야한다. 그래도 모두 롯폰기 측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고, 다른 곳 보다 2,3배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도 흑자를 내고 있다. 롯폰기 힐스 도시계획부의 임승희 차장은 "롯폰기 쇼핑몰은 온리 원(only one)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 상하이 최고의 딤섬 집은 처음에 안들어 올려고 했는데 가게 인테리어와 시설까지 모두 설치해주고 장사만 하라고 했더니 들어와 명소가 됐다"고 말했다. 또 롯폰기 쇼핑몰이 고가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운영되는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1일 평균 10만 명이 찾는 롯폰기 힐스 방문객중 2만 명이 업무빌딩 회사원들과 4개의 고급아파트 주민들이다. 쇼핑몰은 우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게 중요한데, 기본적인 쇼핑객이 그만큼 확보돼있으니 안정적인 쇼핑몰 운영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쇼핑몰 성격에 맞게 매장을 유지하라
분양을 한 뒤 매장관리는 '나몰라'하는 한국과는 달리 롯폰기 힐스를 개발한 모리빌딩은 분양 없이 전체를 임대로 운영하며 직접 관리한다. 롯폰기 힐스 고객들의 취향에 맞지 않거나 뒤떨어지는 경우에는 가차없이 브랜드를 철수시키고 새 브랜드를 입점시킨다. 이렇게 매년 10~15%의 점포들이 바뀌고, 쇼핑몰 개장 5주년을 맞은 지난해는 30%를 교체시키기도 했다.
한국에서 쇼핑몰 사업에도 참여했던 임 차장은 "일정한 수준의 매장을 꾸준히 유지함으로써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있다"며 "상점을 100% 분양하는 한국식 개발은 팔아버리고 나면 당초 의도한 대로 쇼핑몰의 매장구성이 유지될 수 없고, 관리운영도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모리빌딩은 자체내에 TM(Town Management)을 두고 롯폰기 지역 활성화와 방문객을 유치하기위해 자체 광장에서 동경국제영화제 등 매년 200회의 다양한 이벤트를 주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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