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名博을 좋아해 총 100명… 2개이상 취득 15명… 능력 인정받고 ‘동문’ 확장 실리 일부대학 ‘인맥 넓히기’ 남발도 지방선거와의 함수 지자체장 모두 51개 받아… 시장-서울구청장
후보 11명 프로필에 ‘명박’ 올려놔 홍보
“명예박사 학위를 드리겠습니다.”
목포대는 2002년 박태영 당시 전남도지사에게 명예경제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2003년도에는 전태홍 당시 목포시장에게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줬다. 2007년에는 정종득 시장에게, 2009년에는 박준영 지사에게 각각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목포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인 2005년에 명예경제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이 대통령은 목포대 동문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동아일보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종합한 전국 111개대의 2002∼2009년 상반기(1∼6월)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 현황 자료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들 대학에서 7년 반 동안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인원이 104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치인과 관료가 학위수여자의 상당수를 차지해 대학들이 학위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 상당수도 명예박사 학위 소유자
학위를 받은 1045명의 직업군에서 다수를 차지한 것은 해외인사로 308명(29.5%)이었고 경제인이 285명(27.2%)으로 그 다음이었다. 정치인과 관료는 각각 100명(9.6%)과 79명(7.6%)으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지자체장에게 주어진 명예박사 학위는 시장 29개, 지사 10개, 군수 5개, 구청장 7개 등 총 51개에 이르렀다.
실제로 명예박사 정치인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후보로 뛰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지사 선거 출마자 가운데 부산시장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허남식 김정길 후보, 안상수 인천시장 후보, 현명관 제주도지사 후보 등 명예박사는 7명이나 된다. 서울시 구청장 후보 가운데도 정송학 광진구청장 후보, 김기성 강북구청장 후보 등 명예박사 소유자가 4명이나 된다. 김정길 후보는 홈페이지 프로필에 부산대, 조선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사실을 홍보하고 있었다. 김기성 후보도 홈페이지 프로필에 성신여대 명예정치학박사임을 밝혀놨다.
명예박사 학위를 2, 3개씩 챙긴 정치인도 적지 않았다. 명예박사 학위를 2개 이상 받은 이는 40명이었고 이 가운데 37.5%인 15명이 정치인이었다. 신호범 미국 워싱턴주 상원의원이 5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4개,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와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3개씩 학위를 취득했다.
○ 대학과 정치인 이해관계 맞아
‘학위 남발’이라는 비판 속에도 정치인들이 명예박사 학위를 많이 받는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서는 능력을 인정받는 의미가 있는 데다 미래의 표밭이 되는 ‘동문’을 넓힐 수 있다. 대학들로서도 특정인과의 이해관계를 맺거나 ‘인맥’을 넓히는 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 한 의원 보좌관은 “대학 동문들과 그 지역 기반을 다지는 데 명예박사 학위가 큰 역할을 한다”며 “이를 거절할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정치인들은 “거저 얻는 게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부산대에서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민주당 김정길 후보 측은 “이 학위는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으로 보여준 행정능력과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부분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남발된 다른 명예박사 학위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명예박사 학위가 검증 없이 남발되다보니 명예박사들이 뇌물혐의 등으로 실형 판결을 받는 등 물의를 일으키는 일도 간혹 발생한다. 경상대에서 명예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던 진의장 통영시장은 지난달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명예박사 학위를 많이 수여한 상위 10개 대학은 선문대, 서울기독대, 순천향대, 부경대, 중부대, 동아대, 전남대, 한국산업기술대학, 경남대, 계명대로 국립대가 4곳이나 포진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립대가 연구 수주나 자치단체 지원을 받기 위해 명예박사 학위를 적극 활용한다고 분석한다. 금오공대 관계자는 “지방대들은 해당 지역과 연관되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학위수여자로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역구 의원이라든지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우선 고려대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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