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영락공원 납골당. 9547호라고 적힌 납골함에서 유연신 광주지방보훈청 보상과장 등 8명이 흰 장갑을 끼고 김무영 씨(작고 당시 77세) 유골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또 납골번호 2008-1호라고 적힌 함을 열어 백성균 씨(작고 당시 63세) 유골도 빼냈다. 유골들은 태극기가 그려진 보자기에 싼 뒤 분향소로 옮겼다. 유 과장 등은 북어포를 놓고 술을 따른 뒤 합동 분향을 했다.
광주지방보훈청 직원 등이 아무런 관계가 없는 두 사람 유골에 분향을 한 이유는 이렇다. 6·25전쟁 참전용사인 김 씨는 종전 후 결혼했으나 곧 부인과 사별했다. 슬하에 자식도 없었다. 농사를 짓던 김 씨는 재혼도 못하고 지내다가 2003년 초부터 노인복지시설인 광주 동구 천혜경로원에서 생활했다. 그곳에서 외롭게 지내던 김 씨는 2007년 10월 숨졌다.
백 씨는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정신질환을 앓아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다. 이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홀로 지내다 2008년 1월경 숨을 거뒀다. 사망 당시 연락이 닿는 가족이나 친인척이 사실상 없어 광주 남구가 장례식을 치렀다. 두 사람은 병사로 참전했으나 구체적인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두 사람 유골은 영락공원에 안치됐지만 2년여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외로운 처지였다. 더욱이 무연고인 탓에 10여 년 뒤 합동 안장될 형편이었다.
광주지방보훈청은 올 3월 무연고 참전용사인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연을 우연히 알게 됐다. 유공자 가족들에게 지급되는 장례보조금 15만 원을 아무도 받지 않아 혈혈단신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장갑수 광주지방보훈청장은 “두 분의 사연을 듣고 조국에서 참전용사들을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했다”며 “무연고 참전용사를 찾아 국립묘지에 안장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유골은 이날 낮 국립임실호국원 현충관에 임시 안치된 뒤 다음 달 22일 호국원에 안장된다. 김 씨의 10촌 동생인 박춘순 씨(75·여)는 “김 씨가 6·25전쟁 당시의 부상 후유증으로 평생 고생한 데다 숨을 거둔 이후에도 제사상을 차려줄 가족이 없어 항상 애처로웠다”면서 “국가에서 끝까지 책임지고 국립묘지에 안장을 해주니 마음의 짐을 덜었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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