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회사 삼키는데 쓴 돈이… 13만원으로 끝낸 간큰 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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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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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사비 5만원 + 공증수수료 3만원 + 등기변경접수비 5만원

허위서류로 소유권 이전
공증받아 제3자 매각 시도
2명 영장신청-2명 입건
“공증인法 허점 보완해야”

단돈 13만 원으로 300억 원대 건설회사를 삼키려던 간 큰 사기단이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8일 허위 서류를 꾸며 중견 건설회사의 소유권이 이전됐다는 공증을 받아 이를 제삼자에게 매각하려 한 권모 씨(67) 등 2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모 씨(69)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권 씨 등은 1월 11일 비상장주식회사인 K사의 대표이사 등이 변경됐다는 내용이 담긴 거짓 서류를 서초구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에서 공증을 받은 뒤 법원 등기소에 제출해 K사의 소유권을 자신들의 명의로 바꾼 혐의(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 등)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경기 안산시의 한 법무사의 도움을 받아 마치 K건설의 본사 회의실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실제 대표이사 한모 씨(50)를 해임하고 장모 씨(58)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처럼 의사록을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들이 K건설의 주식 26만여 주를 소유한 것처럼 주주명부를 허위로 작성했다.

서류를 가져가자 해임을 의결한 사람들을 상대로 진위를 확인할 뿐 해임된 대표이사까지 확인할 필요가 없는 법무법인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증을 진행했다. 등기소 역시 별다른 확인 없이 변경 내용을 등기부에 기재했다.

실제로 비상장주식회사는 상장주식회사와 달리 주식 변동 상황에 대해 증권거래소에 신고할 의무가 없어 누가 실제 주주이고 소유 주식이 얼마인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전과만 수십 개에 이를 만큼 사기에 능숙한 권 씨 일당은 법무법인에서 인증서를 발급받아 법원 등기소에 제출하기만 하면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법인 대표 등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을 악용해 이처럼 대담한 사기 행각을 벌였다.

K건설은 경기 시흥시에 230억 원대 화물터미널 완공을 앞두는 등 자산규모가 300억 원대인 중견회사. 하지만 권 씨 일당이 법인등기부 등본상 소유권 변경을 위해 지불한 돈은 법무사 비용 5만 원, 공증 수수료 3만 원, 등기 변경 접수비 5만 원 등 총 13만 원에 불과했다.

대표이사 등이 변경됐다는 내용이 법인 등기부에 등재되자 이들은 새 경영진 행세를 하며 자산 규모가 300억 원대인 회사를 160억 원에 싸게 팔겠다며 부동산 컨설팅업자 등을 접촉하기까지 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가 팔린다는 소문을 들은 K사 측이 수사를 의뢰해 사건을 파악하던 중 전모가 드러났다”라며 “공증인법에는 주주총회에서 의결한 자 등의 진술만으로도 법무법인이 공증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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