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다스리는 시간. 시간을 담은 시계와 시계에 그려진 각도에는 수학의 역사와 원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그리니치, 기준∼!”
우리나라는 영국보다 9시간 빠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가 오후 3시라면 영국은 오전 6시인 셈이다. 그럼에도 시차 계산은 언제나 헷갈린다. 이런 복잡한 시차는 어떻게 정해진 걸까?
국제천문연맹은 1925년 1월 1일부터 통일된 세계시를 쓰기로 결정했다. 영국 런던 근교 그리니치천문대의 시간을 기준으로 삼았다. 원래는 그리치니에서 태양이 가장 높은 점에 오는 시간을 평균한 ‘그리니치평균천문시’가 기준이었다. 하지만 정오에 날짜를 바뀌게 할 수 없었기에 12시간을 앞당겨 계산한 ‘그리니치평균시’를 세계시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그럼 왜 영국의 그리니치천문대가 기준이 됐을까? 1675년에 세워진 그리니치천문대는 지구와 다른 별의 위치를 꾸준히 관측해 왔다. 또한 당시 세계의 바다를 제패한 영국은 지구의 남북점과 천문대의 하늘을 가로지르는 ‘자오선’을 기준으로 항해용 지도를 많이 만들었다. 그 뒤 대륙을 지나는 여객선, 열차 등이 개발되면서 세계 지도상의 위치를 표시하는 기준이 필요했다. 1884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만국지도회의에서는 영국 그리니치천문대의 자오선을 0도로 하는 ‘경도’를 마련했다. 경도는 지구상의 가로 위치를 360도로 회전하며 표시한 값으로 0도의 오른쪽을 동경, 왼쪽을 서경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의 가운데 지점은 동경 127.5도를 지난다.
경도에는 시차 계산의 원리가 숨어 있다. 지구는 24시간마다 360도를 회전하므로 경도 15도마다 1시간의 차이가 난다. 이때 동경을 쓰는 나라는 세계시보다 시간이 빠르고, 서경에 속하는 나라는 느리다. 우리나라는 127.5도니까 (127.5÷360)×24=8.5다. 즉, 세계시보다 8시간 30분이 빠르다. 하지만 시차를 30분까지 계산하는 일은 복잡하기 때문에 가운데로 동경 135도가 지나는 일본과 같이 9시간 빠른 시간을 표준시로 쓴다. ○ 똑똑한 각도 360도
“앞으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어떤 상황이나 사람이 확 바뀌는 경우를 두고 “180도 달라졌다”고 표현한다. 수학적으로 180도는 한 바퀴의 절반을 돈 결과로서 앞뒤 또는 위아래 모습이 바뀌어 나타난다. 이처럼 회전과 관련된 표현을 할 때 각도를 쓴다. 한 바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기준이 되는 셈이다. 현재 한 바퀴의 각도는 360도다. 한 바퀴를 100도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360도가 됐을까? 그 이유는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의 방법을 지금도 그대로 쓰기 때문이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태양이 1년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길인 ‘황도’를 꾸준히 관찰했다. 당시 바빌로니아에서는 1년을 12달 360일로 나눈 달력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태양이 황도를 따라 하루 동안 움직인 거리가 1도, 한 바퀴는 360도가 됐다.
360은 유독 약수가 많은 수다. 한 자릿수 중에서 7을 제외하면 1, 2, 3, 4, 5, 6, 8, 9 등 모든 수가 360의 약수다. 그 덕분에 케이크를 나눠먹을 때 필요한 각도를 쉽게 계산할 수 있다. 4명이면 90도, 6명이면 60도, 8명이어도 45도로 딱 떨어진다. 만약 원의 각도가 100도였다면 각도 계산이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3등분이나 6등분을 하려면 소수점 이하가 끝도 없다.
각도의 기준이 하늘을 관측하는 데서 시작한 만큼 별을 관측할 때면 각도기 없이 각도를 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팔을 앞으로 쭉 편 상태에서 한 뼘은 20도, 엄지손가락은 2도에 가깝다. 만약 오늘 밤 달의 고도가 궁금하다면 팔을 펴서 엄지손가락 끝을 지평선에 맞춘 다음, 손바닥을 달까지 펼쳐 보자. 한 뼘 반 위치에 달이 있다면 달의 고도는 약 30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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