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3국 공동발표문에 ‘천안함’은 있었지만 ‘북한’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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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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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和而不同… 정상회의서 드러난 韓日-中의 관계

묵념으로 정상회의 시작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원자바오 중국 총리 등 3국 정상과 외교장관 등 확대정상회의 참석자들이 29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정상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천안함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3국 대표단은 삼각형 형태로 배치된 테이블에 앉았는데 사진 정면이 한국 대표단, 오른쪽이 중국 대표단, 왼쪽이 일본 대표단이다. 서귀포=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묵념으로 정상회의 시작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원자바오 중국 총리 등 3국 정상과 외교장관 등 확대정상회의 참석자들이 29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정상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천안함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3국 대표단은 삼각형 형태로 배치된 테이블에 앉았는데 사진 정면이 한국 대표단, 오른쪽이 중국 대표단, 왼쪽이 일본 대표단이다. 서귀포=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안보문제를 주제로 한 30일 한일중 정상회의 제2세션에서 천안함 사건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 3국 정상이 회의를 마치면서 채택한 공동언론발표문에 천안함 폭침사건 관련 내용을 담은 것은 그동안 중국을 향해 펼쳐 온 우리 정부의 천안함 외교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원 총리는 ‘정치적 신뢰’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소행 여부에 대해선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은 채 여전히 남북한에 대한 등거리 태도를 유지했다. 반면 하토야마 총리는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한 것”이라며 강력한 대북 제재 의지를 밝혔다. 이 때문인지 3국 정상의 공동발표문은 북한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일과 중국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상황인 셈이다.》

■ 공조 ‘진전’ 이뤄낸 韓
靑 “공동발표문 자체 큰 의미
중국도 한배 탄게 중요”


청와대는 공동발표문을 채택한 것 자체가 ‘진전’이라는 반응이다.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한일중 3국의 천안함 사태에 대한 공통의 인식과 이해를 담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당초 중국은 공동발표문 채택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천안함 사건을 적시하는 것에 대해선 부담스러운 태도였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중국은 공개적으로 북한과 관련된 언급을 하는 것을 매우 꺼리기 때문에 이번 발표문에 천안함 사태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는 것조차 매우 조심스러워했다”며 발표문 채택을 둘러싼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28일 원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장시간 직접 설명한 데 이어 한일중 정상회의에서도 이번에는 적당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동북아 정세 불안정과 긴장 고조를 극도로 경계하는 중국의 입장을 감안해 “우리는 전쟁을 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북한과의 관계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중국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피하면서 진지한 자세로 설득하는 전략을 쓴 것이다.

사실 정부는 중국이 당장 북한의 소행임을 인정하고 한국의 대응을 지지하는 것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중국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원 총리에게 이번 사건의 원인을 상세히 설명하고 우리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이해시키기만 해도 성과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동발표문에서 북한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천안함 사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적정하게’ 대처해 나가자는 원칙에 합의한 것은 적지 않은 소득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중국이 그저께 (28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반걸음 다가왔다면 지금은 한 걸음 다가온 것으로 봐도 될 것”이라며 “천안함 사태는 기본적으로 (3국 간) 합의가 어려운 사안인데 (공동발표문에 이 사안을 명시함으로써) 중국도 한 배를 탄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확실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한 데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가 전부는 아니다. 독자적인 제재나 한미 양자 제재도 있다.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확실히 반성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가운데’ 고집하는 中
대북조치 직접 언급 안해
총론은 공감 ‘등거리’ 유지

중국은 기본적으로 천안함 사건의 책임 소재에 대해 모호함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이번 사건에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북한과의 관계, 남한과의 관계, 주요 2개국(G2) 국가로서 취해야 할 국제적 위상 제고 등 세 가지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원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에서 유엔 안보리 회부 문제 등 대북 조치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의 28일 정상회담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고 했던 원 총리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같은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해 전략적 모호함을 견지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국은 책임 있는 국가”라며 “국제합동조사단과 각국 반응을 중시하겠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하고 규탄한다”고 강조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행동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이 대통령의 동북아 정세에 대한 설명을 아주 주의 깊게 들었고 한국 측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 한반도를 평화와 번영의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을 높이 평가한다”고 함으로써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는 없지만 한국 정부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물론 원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충돌은 피해야 한다”는 데 특히 방점을 두었다. 북한의 책임을 강조한 한일 지도자와는 역시 결이 다름을 재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원 총리는 “멀리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북핵 6자회담 재개 문제도 언급했다. ‘멀리 내다보고 장기적으로’라는 전제가 들어간 것은 지금 당장 하자는 말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이 수석은 전했다.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선(先) 천안함 사건 해결, 후(後) 6자회담 재개라는 한국 정부의 입장도 감안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 두세 발짝 다가온 日
“한국정부 대응 전폭 지지”
국제적 공조에 큰힘 될듯


29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46용사 및 한주호 준위 묘소를 참배했던 하토야마 총리는 정상회의 내내 한국 정부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천명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구상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물증을 통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한 것이라는 게 분명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한의 명백한 반성과 사죄가 전제돼야 북핵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고 강조함으로써 한국 정부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하토야마 총리는 정상회의 말미에 일본이 같은 방식의 공격을 당했다면 자위를 위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하토야마 총리의 적극적인 지지가 향후 유엔 안보리 회부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궁극적으로 중국 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서귀포=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동영상 = 천안함 폭발 시뮬레이션 영상 (배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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