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재력가가 있는데 돈 좀 빌려주시죠.” 지난달 말 마카오에 사는 카지노 전문 사채업자 이모 씨(46)는 평소 알던 도박꾼 성모 씨(49)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성 씨는 3억 원을 빌려 달라고 했다. 그는 “돈이 많은데 당장 현금이 없는 사람이 있다”며 “일주일에 10% 이자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일주일에 3000만 원을 벌 기회가 생기자 이 씨도 흔들렸다. “일단 돈을 빌릴 사람을 만나보자”고 해 이들은 말레이시아의 한 카지노에서 만났다.
이 씨가 만난 사람은 재미동포 사업가인 유모 씨. 유 씨는 자기 명의로 된 15억 원짜리 아파트 등기부등본과 여권을 내밀었다. 이 씨는 유 씨 아파트를 담보로 총 3억 원을 내줬지만 약속한 5월 7일이 지나도 이자는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4명의 카지노 사기단에 속은 것으로 밝혀졌다. 유 씨로 알고 있던 사람도 성 씨의 친구인 이모 씨(50)였다. 이들은 10억 원 이상의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뗀 뒤 서울 모 구청 7급 공무원인 박모 씨(46)를 통해 주민등록번호를 입수하고 위조 여권을 만드는 수법으로 사채업자들을 속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같이 돈을 빌려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성모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신분증 위조를 알선한 고모 씨(46)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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