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 시대]<중>불안한 뇌관,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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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5일 03시 00분


‘민노당 가입교사 징계’부터 벽에 부닥쳐

당선자 6명 전교조와 밀접…‘교과부 징계’ 거부 가능성
전교조 유리한 단협 수용땐 학교운영 조합원참여 쉬워져

광주 장휘국 교육감 당선자와 강원 민병희 교육감 당선자는 닮은꼴이다. 두 당선자 모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설립 때 해직된 경험이 있는 전교조 1세대로 전교조 지역 지부장을 지냈다. 두 당선자 외에 진보 성향 교육감 당선자 4명도 친(親)전교조 성향에 가깝다.

○ 전교조의 역(逆)공세

진보 성향 후보가 대거 교육감에 당선된 것에 대해 전교조 내부의 대체적인 평가는 ‘정부의 전교조 심판론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3일 논평을 통해 “(전교조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전교조에 가해진 입에 담기 힘든 모욕과 근거 없는 비난을 묵묵히 견뎌왔다”고 밝혔다.

전교조 내부 관계자는 “선거 결과가 나오자 한 전교조 교사가 전화를 걸어 ‘조전혁 의원에게 감사패라도 하나 주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비꼬는 말투였다”며 “정부와 한나라당이 선거를 앞두고 반(反)전교조 공세를 펼친 것이 정부 심판론과 맞물려 우리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도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는 ‘전교조에 아이 교육을 맡기시겠습니까’라는 슬로건이 통했다. 이 슬로건 하나로 지지율이 역전될 정도로 유권자가 전교조를 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 선거 때는 전교조가 강자인 정부에 힘없이 당하는 약자라는 이미지가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교조에 대한 정부 여당의 강공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장 교육청과 교원노조 사이에 체결하는 단체협약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전교조를 표방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2008년 재선에 성공하자 그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이 전교조 등과 체결한 단체협약을 해지했다. 당시 단협은 친전교조 성향으로 알려진 유인종 교육감 시절 체결한 것이다.

올 4월 초에도 교과부와 노동부에서 부산 광주 경기 전남 전북 제주교육청이 교원노조와 체결한 단협 453개 조항 중 33.5%가 불합리하다고 결정했다. 이때 노동부는 △해고 교원의 노조 조합원 자격 유지 △단체협약 체결 시 노조 대의원대회 결의 △교육감·교육위원의 노조 조합원 자격 유지 등 6개 조항에 문제가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전교조에 유리한 단협 내용을 받아들이게 되면 교과부 노동부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단협은 교육청과 교원노조, 특히 전교조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할 수 있는 도구”라며 “시교육청 안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전교조 조합원들이 일선 학교에서 학교 운영에 깊숙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여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손 떠난 전교조 교사 징계

교과부와 전교조는 현재 민주노동당 가입 혐의를 받고 있는 교사들에 대한 징계 문제를 놓고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벼랑 끝 싸움을 하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달 이미 검찰에 기소된 교사 134명을 해임 및 파면하기로 결정했다. 교과부는 당초 선거 이전 징계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선거 이후로 미뤘다. 전교조는 정진후 위원장 등이 단식농성을 벌이며 징계 방침에 맞서고 있다.

진보 성향 교육감 당선자들은 선거운동 기간에 “교사들의 기본권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의견을 거듭 밝혀 왔다. 교사 징계권은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에 교육감은 교과부의 징계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지난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도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를 징계하라는 교과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교과부는 직무 이행 명령을 내렸지만 김 교육감이 거부하자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김 교육감 혼자만 다른 의견일 때는 교과부에서 의견 관철이 가능했다. 이번에는 진보 교육감이 많아 모두 고소하기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며 “시국선언 참여 교사에 대한 법원 결정이 지역마다 다른 것처럼 이번에도 교육감 성향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김상곤 교육감이 ‘이 문제는 (내가) 징계를 거부했던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 문제와는 다른 차원이다. 징계 요구가 오면 징계 절차를 밟아 해당 교사들이 정말 법을 위반해 정치적 행위를 했는지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데 주목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당초 교과부가 밝힌 징계 수준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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