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습관… 장기… 스펙… 입학사정관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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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8일 03시 00분


《당신은 ‘쓸데없이 생각만 많다’는 소리를 듣는 ‘공상의 달인’,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 일을 하루라도 거르면 목에 가시가 돋는 ‘사진의 달인’…. 학교에서 ‘범상치 않은’ 학생으로 평가받는 달인들이지만, 그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이런 특장이 공부 잘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데는 도무지 쓸모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 자신만의 특기를 나만의 ‘스펙’과 경쟁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워보라. 이런 지혜로운 과정을 거쳐 올해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해 대입에 성공한 선배 ‘달인’들의 조언을 들어보자.》

“끼적끼적… 메모狂”

습관을 나만의 특기로 만들어라!

올해 수시모집 자기추천전형을 통해 성균관대 인문과학계열에 입학한 노지연 씨(19·여·서울 동작구). 그는 고양예고 문예창작과 2학년 재학 당시 시(詩)전문지 ‘시인세계’가 주최한 ‘제13회 신인작품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고(故) 이형기 시인 이후 60년 만에 최연소 시인으로 정식 등단했다.

노 씨의 글쓰기 실력은 생각을 메모하는 습관으로부터 길러졌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생각이 많은 다소 독특한 아이’로 유명했다. 길을 걷거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도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갑자기 하던 것을 멈추고 메모장이나 휴대전화 메모기능을 활용해 생각을 적었다.

“지나가는 사람, 교실 수업 모습, 카페 안 풍경처럼 정말 별 거 아닌 걸 보고도 문득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책상의 경우도 그 모양이나 색깔을 보고 슬픔, 외로움 등 책상과는 상관없는 듯한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죠. 이렇게 자유롭게 떠오르는 생각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때마다 메모를 해뒀어요.”

‘달인’에 가까운 자신만의 특기를 살려 올해 대입에 성공한 성균관대 인문과학계열 노지연 씨(사진 왼쪽)와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주경민 씨.
‘달인’에 가까운 자신만의 특기를 살려 올해 대입에 성공한 성균관대 인문과학계열 노지연 씨(사진 왼쪽)와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주경민 씨.
노 씨는 생각을 메모하는 습관을 토대로 글쓰기를 즐겼다. 마인드맵을 활용해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된 생각을 글로 옮겼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선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책에 나온 문구나 발상을 참고하기도 했다.

글쓰기를 즐기기 위해 특별히 형식을 정해놓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썼다. 노 씨의 이런 습관은 대학입시원서 작성 때 큰 도움이 됐다.

노 씨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다른 학생들과 비슷한 글을 쓰지 않으려했다. 예를 들어 ‘세계 시민의 자질을 갖기 위해서 어떠한 일을 할 수 있는가’란 질문엔 ‘다양한 외국 서적뿐 아니라 특정 국가의 미술가, 철학가, 시인을 통해서 그 나라의 문화를 익히는 것’이란 내용의 글을 썼다. 노 씨의 전공인 문예창작과 연관시키면서도 문학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술, 철학까지 범위를 확장시킨 것이다.

“면접관 분들이 제가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보고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셨나 봐요. 다른 친구들은 20∼30분에 끝내던 면접을 저는 50분 동안 했어요. 창의적인 글쓰기는 특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창의적인 글 아닐까요?”


“찰칵찰칵… UCC狂”


특기를 통해 끊임없이 도전하라!

올해 수시모집 ‘다빈치 인재 전형’을 통해 중앙대 신문방송학부에 입학한 주경민 씨(19·서울 종로구)는 중학교 때 시작했던 ‘촬영 경험’을 적극 어필했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재미삼아 휴대전화에 있는 동영상 기능을 활용해 손수제작물(UCC) 형식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것을 계기로 그는 틈만 나면 UCC를 만들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자신의 촬영 노하우를 수행평가에 도입해 워드나 파워포인트 일변도이던 발표에 처음으로 동영상을 활용한 방식을 도입해 주목 받았다. 주 씨가 학생회장이던 중학교 3학년 땐 점심음악방송을 기획해 도입하는 등 자신의 특기를 펼칠 기회를 스스로 만들고 적극적으로 도전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친구들 사이에서 ‘주 PD’란 별명을 얻게 됐다.

2008년 말에는 노동부가 진행한 ‘1318 알자알자 콘테스트’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대회가 사흘밖에 남지 않은 시점, 친구 7명과 함께 영상모임을 만들고 친구의 가정용 캠코더로 촬영을 시작했다.

“대회를 3일 남겨둔 때라 ‘과연 이게 상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어요. 하지만 상을 받는 것보단 경험을 해보는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결과요? 전국 고등학교 방송부를 제치고 대상을 탔어요(웃음).”

끊임없이 대회에 참가하고 영상을 만드는 주 씨의 노력을 인정한 부모는 처음으로 전문가용 카메라를 선물했다. ‘신(新) 무기’를 얻은 주 씨는 곧바로 다음 도전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우리 문화재 영상 공모전’이란 대회를 알게 된 주 씨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단편영화 제작에 돌입했다. 이 대회는 주 씨의 특기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계기가 됐다.

“전문가용 카메라를 사용해 15분짜리 영화를 찍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캠코더 촬영과 달리 심화된 촬영기술도 익혀야 하고, 영화이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도 필요했어요.”

주 씨는 서점에 달려가 촬영기법과 연출법에 관한 서적을 구해 섭렵했다. 한국의 유명 영화 시나리오를 모아놓은 책도 구입해 기본지식을 익힌 뒤 연습 삼아 시나리오를 써보기도 했다. 친구에게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법도 배웠다. 대회를 일주일가량 남겨두고는 점심시간 이후부터 밤늦게까지 촬영과 편집을 반복했다.

“힘들어 포기할 법도 한데, 작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면 이상하게도 설렜어요. ‘내일은 촬영하면서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대도 됐고요. 제가 좋아하는 촬영 분야에서 실력이 점점 쌓이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어요.”

이런 노력의 결과였을까? 주 씨는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자신의 장기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내가 가진 장기가 발전해 특별한 경쟁력이 될 수 있죠. 또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다보면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대한 꿈이 뚜렷해져요.”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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