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장애인연금 ‘가짜 진단서’ 가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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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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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증’ 등록 3명중 1명꼴 ‘등급 뻥튀기-허위 진단서’
212명에 돈받고 위조 진단서 발급해준 병원 사무장 구속

“장애인으로 인정되면 혜택이 엄청나게 주어진다니까.”

생활형편이 어려운 화물트럭 운전사 박모 씨(42)에게 지난해 12월 유혹이 찾아왔다. 우연히 알게 된 한 병원 사무장이 장애인 3급으로 등록하면 갖가지 복지 혜택이 있다며 500만 원만 내면 지체장애 3급 장애진단서를 끊어주겠다고 한 것. 혹시나 들키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지만 “진단서만 주민자치센터에 제출하면 장애인 등록이 어렵지 않다”는 그의 말에 결국 박 씨는 500만 원을 넘기고 위조 장애진단서를 받았다.

위조 장애진단서로 복지 혜택을 누려온 가짜 ‘장애인’과 진단서를 떼어주는 대신 억대의 돈을 챙긴 병원 사무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돈을 받고 장애진단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S병원 사무장 김모 씨(68)를 구속하고 김 씨에게 가짜 장애진단서를 의뢰한 2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212명은 2008년 1월부터 올해 3월 사이 김 씨에게 20만∼500만 원을 주고 의사의 도장이 찍힌 지체장애 진단서를 받아 이를 서울 등 전국 주민자치센터 170여 곳에 제출해 3·4급 장애인으로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이들에게서 3억2000여만 원을 받아 챙겼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1∼6급 장애인으로 인정받으면 지하철 요금 무료, 휴대전화 통화 35% 할인, 자동차 취득세 및 등록세 면제, 소득세 공제(1인당 연 100만 원) 등의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혜택에 비해 등록이 너무 쉽다는 점. 주민자치센터에서 장애인 등록과 심사를 진행하지만 의료기관에서 발행하는 장애진단서가 등급결정 및 심사에 절대적이기 때문에 ‘장애진단서’ 한 장만 제대로 갖추면 등록이 가능했다. 보건복지부 업무지침상 자치센터에서 장애인 등록 시 병원 원무과와 의사에게 진단 사실을 확인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공무원은 서류만 보고 절차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만든 진단서는 병원 기록에 없는 문서라 전화 한 통이면 위조 여부를 알 수 있었지만 서류를 그대로 접수해 주는 허술함 때문에 이런 범행이 생겼다”며 “장애인 복지 혜택을 노린 유사 범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가 올해 3급 중복 장애 이상의 중증 장애자라고 등록한 4만1000명을 재심사한 결과 34.5%가 장애 등급을 높이거나 허위 진단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1∼5월 조사 결과 장애인 재심 대상자의 3%인 1470명은 아무런 신체장애가 없었다. 시각장애 3급으로 등록한 A 씨는 자동차 운전면허를 발급받아 차량을 몰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상 시각장애 1∼5급은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다. 또 조사대상자 중 30.9%는 등록 당시 장애 등급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가짜 장애인이 실제 장애인의 연금 혜택을 잠식한다고 보고, 올해 안에 장애인 연금 수령 대상자 가운데 부실한 진단서를 첨부한 신청자를 대상으로 뇌파 및 시신경 진단기 등을 동원해 허위 진단을 가려낼 방침이다. 올해 1, 2급 중증 시각장애로 등록한 연금 신청자 중 객관적인 눈 상태와 의사 진단서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병원의 첨단 장비로 망막과 시신경 등의 검사를 병행할 계획이다. 청각장애의 경우에도 소리에 따라 변화하는 뇌파를 측정하는 유발-반응 청력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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