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鄭총리-국토장관 직무유기 고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9일 03시 00분


■ 목소리 높인 ‘세종시 사수’

충청 시도지사 당선자 3명
“수정안 반대 투표로 입증”
일각선 “장기표류 더 걱정”

8일 오후 2시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 행정도시건설청 정문 앞. 정문 앞 보도 위에 ‘행정복합도시 원안 추진과 정상 건설을 촉구하는 충청권(대전, 충남, 충북) 시도지사 공동선언’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그 뒤에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 등이 나란히 서서 세종시 원안 관철을 다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곧바로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세종시가 표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충청권 당선자 “세종시 원안 사수”

이날 기자회견에서 염 당선자는 “법이 제정돼 시행 중이고, 예산도 27% 집행된 상황에서 수정안을 추진한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세종시 수정안 찬반과 관련한 국민투표적 성격을 띤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민들은 수정안 반대의사를 표로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안 당선자는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신의에 따라 원안대로 가야 한다”며 “지도자가 국민의 뜻에 따라 무릎을 꿇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충청권 시도지사 당선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행정중심복합도시 백지화에 대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충청권민심과 국민적 심판을 겸허히 수용하라 △정부는 수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기획단을 즉각 해체하고 행정도시건설청 기능을 정상화하라 △행정안전부 장관은 9부2처2청에 대한 정부 이전기관 변경고시를 이행하고 당초 계획된 대로 2010년 정부청사 및 시청사 발주계획을 실행하라 등 6개항을 요구했다.

○ 시민단체와의 연대, 극단 흐를 우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충청권 인사들의 당선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의 수정안 반대 활동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행정도시 무산저지 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는 “정운찬 국무총리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행정도시 건설청장, 행정도시건설청 차장 등 4명을 직무유기 및 직권 남용 혐의로 9일 오전 대전지검에 고소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분권균형발전전국회의 등은 15일 세종시 수정안 폐기를 이 대통령에게 요구하기로 했다. 이들 단체는 충청권 3개 시도 당선자는 물론 뜻을 같이하는 다른 시도 당선자 측과도 공조할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국무총리에 대한 직무유기 고발 방침에서 보듯이 시민사회단체의 행동은 극단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적지 않아 과연 연대가 바람직하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를 추진하는 안 당선자 측 기대대로 일을 추진하는 동력은 커질 수 있지만 보조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 장기 표류 가능성도

한 친이(친이명박)계 의원은 “선거 결과에 세종시에 대한 충청 민심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는 보이지만 ‘원안 사수’가 야권의 공통된 제1공약은 아니었던 만큼 충청 민심이나 국민 여론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수정안이냐 원안이냐보다 장기 표류에 대한 걱정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이날 충청권 시도지사 공동 기자회견장 옆의 세종시원주민비상대책위 및 연기군청년실업협의회 집회는 지역의 주된 정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런 일단을 보여준다.

이들 단체는 세종시 문제를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최봉식 위원장은 “3개 시도지사 당선자나 세종시 원안 고수 단체들이 주민들의 고통을 과연 아는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바탕으로 조속히 착공해 원주민들이 하루 빨리 귀향할 수 있도록 하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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