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함 “北잠수정 판단” 보고… 2함대司 “새떼라고 하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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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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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보고
‘현장 폭발음’ 보고 누락
“위기관리반 소집” 거짓말

오류 덮기

침몰시간 임의로 고쳐
발생직후 TOD도 숨겨

대북정보 무시
‘北 침투 징후’ 통보 받고도
대잠능력 미비 천안함 배치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한 3월 26일 밤 군 당국의 초기대응은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이었던 것으로 감사원은 결론지었다. 위기대응이 존재의 이유인 군이 기본적인 보고도 늦은 데다 현장의 판단을 무시하고 허위로 상부에 보고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보고누락과 허위보고

2함대사령부(2함대사)는 천안함과 속초함의 상황보고를 누락하거나 내용을 가공해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2함대사는 천안함으로부터 침몰 원인이 ‘어뢰 피격으로 판단된다’는 보고를 받았다. 사건 발생(오후 9시 22분) 31분 뒤(9시 53분)였다.

당시 최원일 천안함 함장 등 승조원들은 함수 부분에서 구조선을 기다리던 시점이어서 현장 상황을 가장 정확히 알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2함대사는 이 사실을 합동참모본부(합참)나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 등 상급기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런 보고 누락이 초기 대처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합참은 사건 발생 시간과 사고 원인 등을 왜곡 보고했다. 합참은 사건 당일 해작사로부터 사건 발생 시간(오후 9시 15분·해작사가 추정한 시간)과 폭발음 청취 등 외부 공격에 의한 사고 가능성 등을 보고받았다. 그러나 사고 발생 시간을 ‘오후 9시 45분’으로 임의대로 수정했다. 또 ‘폭발음 청취’ 등 외부 공격에 의한 사고 가능성은 아예 삭제한 채 사건 당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대국민 발표 때도 이 내용을 뺐다.

합참은 지휘통제실에서 2함대사로부터 오후 9시 45분경 천안함 침몰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 시점은 2함대사의 늑장대응으로 이미 사건 발생 후 23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지휘통제실 간부는 이상의 합참의장과 김 장관에게 즉시 보고하지 않았고, 보고는 각각 26분, 29분이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국방부도 기관장인 장관에게 소집하지도 않은 ‘위기관리반’을 소집한 것처럼 보고했다. 합참 등 일부 관계부대도 ‘위기조치반’을 소집하지 않았고 비상상황에서 의무적으로 취해야 할 전투대응태세도 이행하지 않았다.

○국민 불신 부른 TOD 동영상 감추기

감사원은 이날 군 당국이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을 편집 공개해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4월 7일 경기 성남시 분당 국군수도병원에서 연 천안함 생존 장병 집단 기자회견에서 사건 발생 13분 뒤인 9시 35분 이후의 상황을 편집해 공개했다. 당시 군은 “3시간 분량을 지루하게 볼 수는 없으니 군이 핵심 대상을 편집했다”며 “이것 이외에 (천안함을 찍은) TOD 영상화면은 더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은 5월 말 뒤늦게 사건 발생 직후의 TOD 영상을 국회에 공개했고 야당 의원들은 “더는 없다던 TOD 영상이 나왔다. 군을 신뢰할 수 없다”며 북한의 어뢰 공격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시종 감사원 행정안보감사국장은 “군이 초동대처 지연 및 군 경계 소홀 비난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초기에 9시 30분이라는 사건 발생 시간을 세워놓았는데, 그 이전(9시 25분경) TOD 동영상이 공개되면 곤란할 수 있다. 사건 발생 시간을 9시 30분으로 유지하기 위해 그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북한 잠수함(정) 침투 공격 대비 소홀

군 당국이 북한 잠수함(정)의 침투 및 공격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합참, 해작사, 2함대사는 지난해 11월 10일 대청해전 이후 전술토의 등을 통해 북한이 기존 침투방식과 달리 잠수함(정)을 이용해 서북해역에서 우리 함정을 은밀하게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2함대사는 백령도 근해에 잠수함 대응 능력이 부족한 천안함을 배치한 채 대잠능력 강화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함대사 등은 사건 발생 며칠 전부터 ‘북한 잠수정 관련 정보’를 전달받고도 적절한 대응조치를 하지 않았다.

○보안유지 실패

감사원은 군 당국이 잇단 미숙한 초기 대응 질타 기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군사보안 사안까지 유출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합참의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자료는 군사기밀인데도 외부에 유출됐고, 보도자료 배포 때 보안성 검토를 실시하지 않거나 소홀히 해 주요 무기의 배치 현황 등 군사기밀 자료 다수가 외부에 유출됐다”고 지적했다.

또 3월 27일 오전 사건 발생 시간 등을 알 수 있는 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파 자료를 청와대 위기상황센터로부터 전달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자료를 받고도 당시 혼선이 있었던 사건 발생 시간에 대한 적극적인 수정조치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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