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추락] 두 차례 ‘경고음’ 무시하고 서둘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7일 전기신호 이상, 9일 소화장치 오작동
일각선 “지친 러 기술자들이 발사 재촉했을수도”

“한두 번 만에 성공 어려워”…MB “2전3기 자세로 재도전”


너무 서둘렀던 걸까. 나로호 발사가 결국 실패로 끝나면서 하루 만에 발사를 강행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발사 준비 과정에서 ‘경고음’이 계속 울렸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쫓기듯 발사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나로호는 7일 발사대에 세우는 과정에서 전기신호 이상으로 6시간이나 작업이 늦어졌다. 당초 발사일인 9일에는 발사를 결정한 지 22분 만인 오후 1시 52분 소화장치가 오작동을 일으켰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사고가 잇따르자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시스템을 재검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10일 오전 10시 ‘오늘 발사’를 선언했다. 발사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교과부 관계자는 “실패하면 틀림없이 서둘렀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 뻔한데 왜 서두르겠느냐”고 말했다. 그만큼 성공을 확신한다는 뜻이었다. ‘9일 터져 나온 소화액이 나로호 실패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발사에 아무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탁민제 KAIST 교수를 비롯한 국내 우주전문가들은 9일 발사가 중단되자 “소화장치 오작동으로 로켓 발사가 중단된 것은 처음 본다”며 “미처 점검하지 못한 에러가 숨어 있을 수 있으니 발사 과정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처 점검하지 못한 부분이 또 있을 수 있고 이를 잡아내려면 발사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파트너인 러시아 측에서 발사를 재촉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지난해 발사가 연기되거나 엔진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도 러시아는 “아무 문제없다, 예정대로 발사하자”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나로호 개발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러시아 기술자들이 오랜 객지생활에 지쳐 발사를 서둘렀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주과학과 인공위성 분야가 앞으로 갈수록 중요해지기 때문에 한두 번의 좌절로 손을 놓아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발사 실패를 통해서도 배우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윤웅섭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이번 발사는 우주를 향한 긴 여정의 한 과정일 뿐”이라며 “3차 발사를 통해 실패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창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도 “어느 나라도 한두 번 만에 성공하긴 어렵기 때문에 너무 낙심할 필요 없다”며 “이번 실패로 정말 중요한 한국형 발사체(KSLV-Ⅱ) 개발 계획이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발사체 개발사업에 대한 종합적 점검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추진을 주문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나로호 2차 발사 실패와 관련해 “안타깝지만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좌절하지 말고 2전 3기의 자세로 다음 도전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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