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 광역상수도 문제
정치-지역이해 떠나서
경제적 측면 우선돼야
낙동강 살리기 30% 진척
지금 중단땐 엄청난 손실
부산-양산 행정통합 필요”
《허남식 부산시장은 7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시장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 크고 강한 부산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부산의 첫 3선 시장으로 당선된 그는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머릿속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속에는 이웃 자치단체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현안도 산적해 있다. 허 시장은 동일 경제권인 경남과 울산의 상생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누누이 밝혀왔다. 그래서 선거가 끝난 뒤 당은 다르지만 무소속 야당 후보로 당선된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에게 먼저 ‘축하’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9일에는 부산 롯데호텔에서 김 당선자와 오찬회동을 가졌다. 부산울산경남발전협의회에 소속돼 있는 경남과의 관계가 앞으로 4년간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는….
“생각지도 못한 바람이 불었다. 언론도 예측하지 못한 것 아닌가. 변화를 희망하는 민심과 여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본다. 당초 예상과 달리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변화된 민심을 빨리 읽지 못한 것이다. 부산에도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야당과 무소속 당선자가 많이 나왔으니 다양한 시민 계층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겠는가.”
―부산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느낀 바닥 민심은….
“재래시장에서 어려운 서민들과의 진솔한 만남과 대화를 통해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체감했다. 경기지표 호전에도 불구하고 장사가 안돼 많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변화에 대한 요구가 생각보다 강했다. 부산시정에 거는 기대도 컸다. 서민들을 위한 행정에 주력하겠다.”
―과거 선거와는 달리 야당의 득표율도 대단했다. 민주당 김정길 후보 득표율(44.6%)의 의미는….
“김 후보는 좋은 인품을 지닌 분으로 선전했다고 평가한다. 김 후보를 지지한 부산시민의 마음을 새겨 민선 5기는 변화된 모습으로 시정을 이끌겠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와의 관계는….
“김 당선자는 일선 자치단체와 중앙정부를 거친 행정가로서 경륜과 인품을 겸비한 합리적인 분이다. 한나라당은 아니지만 자주 만나 대화를 통해 현안을 풀어가겠다. 정당과 이념을 초월해 동남권과 경남 발전에 힘써 주길 기대한다.”
―앞으로 경남도와 협조할 일이 많을 텐데….
“동남권의 공동발전이란 큰 틀에서 공조와 협조를 해 나가겠다. 이미 구성돼 있는 부울경발전협의회와 동남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를 통해 상생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동남권 신공항과 광역상수도 문제 등 쟁점현안에 대해서는 지역 논리와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적 경제적 측면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나가겠다.”
―교육감 선거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는데….
“교육감 직선제는 문제가 많다.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부산은 공교육 부문에서 어느 도시보다 앞선다. 새로 뽑힌 임혜경 교육감 당선자와 협조해 교육명품 도시로 만들겠다. 무상급식을 한꺼번에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다만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는 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국회에 문제가 맡겨지지 않았나. 정치권에서 이런 부분을 잘 해결해 나가야 된다. 기본적으로 세종시 문제로 다른 지역에 역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가의 미래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잘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결국 국회에서 토론해 결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꼭 필요하다. 정치적 대립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 협력모델이 필요하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현재 주요 공정 진척도가 30% 이상이다. 올해 말까지 전체공정 6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영남권 지역민의 지지와 성원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현 시점에서 중단한다면 지역민의 피해와 더불어 경제적 손실, 자연 재앙을 동시에 몰고올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서는….
“광역시는 좀 더 광역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남 양산지역을 부산에 통합하면 부산이 더 광역화되지 않겠는가. 그러면 도시 경쟁력도 커질 것이다.”
―다음 달로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임기가 끝나는데….
“앞에 김진선 회장(강원도지사)은 2년만 했다. 그 뒤 바로 이어받았다. 그 이전에는 서울시장이 쭉 했다. 한 번 더 맡는 문제는 16명의 시도지사가 모여 의논할 일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야당에서 회장을 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와 공동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정치적 논리로 운영되는 협의체가 아니다. 일부에서 여당과 야당의 잣대로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럴수록 더 자주 만나 대화하고 협력해 나간다면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부산이 10년 뒤 뭘 먹고살 것인가가 중요한데….
“부산의 강점을 잘 살려야 한다. 부산은 남부권의 중심이다. 경제, 문화, 교육, 의료, 금융의 중심이 돼야 한다. 컨벤션이나 영상영화산업도 아시아 최고로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산 발전을 위해 20대 전략, 100대 공약을 제시했는데….
“도시 발전의 방향을 경제성장과 삶의 질 향상에 중점을 뒀다. 지식산업과 녹색기술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사람 중심의 역사·문화 도시를 창조하겠다는 뜻이다. 민선 5기 공약은 이런 시정철학과 도시정책을 담았다.”
―야구에 열광하는 부산에 걸맞게 돔 야구장 건립을 공약으로 내놓았는데….
“돔 구장 건설 등 스포츠 인프라에 대한 민간투자를 유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 건립 대상지는 기존의 사직종합경기장 근처나 구덕야구장을 비롯해 서너 곳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 촉진을 위해 제2프로야구단 창단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연말이면 KTX가 완전 개통되고, 거가대교가 완공되는데….
“궁극적으로는 동남권 교통혁명이라 할 수 있다. 부산과 경남의 동반 성장이 기대된다. 부산의 도시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국내외 크루즈 관광객 유치 상품 개발과 의료관광산업 활성화, 물류 및 기술교류 촉진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
―3선 연임이 끝난 뒤의 정치적 구상은….
“지금은 시정에 전념할 때다. 임기 동안 모든 경험과 정열을 쏟아 헌신적으로 일하겠다. 4년 뒤 선거를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고, 시민을 설득하는 데 훨씬 좋은 조건이다. 방향이 옳으면 법에 얽매이거나 원리원칙을 따지지 않고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펴나가겠다.”
허남식 부산시장 당선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정비 정책을 대표적 공약으로 제시했다. 현직 시장으로 8년간 재임하며 추진해온 정책의 큰 틀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은 기장군 일대 2.3km²(약 70만 평)에 원자력을 이용한 의학·과학특화단지를 조성하고 부산영화체험박람관 건립으로 영상영화산업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도시정비정책은 지역의 숙원사업인 산복도로 주변 정비와 북항 재개발 사업이다. 임기 동안 의학·과학특화단지 조성엔 5055억 원을, 산복도로 주변 정비엔 900억 원을 각각 투입하기로 했다.
평가단은 특히 예산 문제와 관련해 “국비 지원이 아닌 다양한 채널의 재원 마련 대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허 당선자는 노인층 증가 추세를 반영해 노인복지 예산에 임기 동안 1988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또 실직자 지원 교육과 저소득층에 대한 소액금융대출을 확대하고 장애인종합회관 등 장애인복지시설도 확충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신준섭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공약에 세부 내용이 구체적으로 포함돼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평가단은 복지 공약이 실제 예산 배정과 집행의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시민들의 공감대 확산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 당선자는 임기 내에 10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혁신도시 건설과 북항 재개발 등을 통해 공공부문에서 1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창업 지원 등을 통해 민간부문에서 8만5000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육성과 일자리 수급을 결부시켜 실업을 줄이겠다는 정책들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당선자는 또 140억 원을 투입해 공보육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243곳인 국·공립 보육시설을 임기 중 375곳으로, ‘24시간 보육시설’을 현재 15곳에서 40곳으로 각각 늘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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