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날로 늘어가는 요즘, 이들의 관광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 동아일보는 우리나라에서 유학 중인 중국 유학생들을 만나 중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의 관광환경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좌담 참석자는 추이리메이(崔麗梅·27·여·고려대 경영학석사), 천시(陳曦·26·고려대 토목공학), 리밍신(李明흠·24·여·연세대 생활디자인), 자오환(趙歡·22·여·연세대 경영) 씨 등 4명.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8년 가까이 한국 생활을 한 이들은 이날 한국의 대중국 관광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내놨다.》 다양화-고급화 급선무 쇼핑도 20대-50대 달라 나이따라 차별화 해야
높기만 한 ‘언어의 벽’ 말 안통해 자유관광 못해…전용 콜센터 생겼으면
맛 못보는 ‘진미 한식’ 중국인 좋아할 음식 많지만 단체급식에 저가메뉴만 맛 봐
‘시설’ 아닌 ‘마음’ 중국인 무시-불친절 많아 다시 올 마음 없어져
○ 단체관광의 다양화·고급화가 급선무
대화는 역시 단체관광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자오=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올 때 단체관광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말(통역)’하고 ‘비자’ 때문이에요. 중국에는 외국어를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한국에선 중국어가 거의 안 통하잖아요. 비자 받는 것도 증명서가 많고 복잡해서 여행사를 통하지 않으면 어려워요.
▽추이=맞아요. 아무리 돈이 있고 개인 여행을 하고 싶어도 말이 안 통하니까 단체로 올 수밖에 없죠. 그런데 단체 상품이 대부분 싼값만 내세우고 천편일률적인 게 문제인 것 같아요. 한국의 여러 면이 알려질 수 있게 단체 상품의 종류와 수준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오=나이대별 맞춤 상품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같은 쇼핑관광이라도 20대가 원하는 것과 50대가 원하는 게 다르잖아요. 한국에 왔던 제 친구들은 클럽처럼 젊은이들이 가는 곳도 보고 싶어 했는데 지금의 단체 구성으로는 이런 건 불가능하거든요.
○ 높디높은 ‘언어의 벽’을 낮춰라
▽리=쇼핑을 하다 보면 한국 사람들이 일본어는 조금씩 다 하는데 중국어는 대부분 못해요. 일본어 하듯 간단한 회화 정도라도 통한다면 중국 관광객들에게 훨씬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오=혼자 여행을 하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예요. 위급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중국어 전용 콜센터가 있으면 좋겠어요. 복잡하게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게 아니라 바로 연결되는 것으로요.
▽리=한국은 공중전화가 많지 않은데 중국 관광객들은 일행이라도 잃어버리면 연락할 길이 없어요. 공항 같은 데서 중국어로 표기된 임대폰을 싸게 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한국의 산해진미 제대로 보여줘야
▽천=한국 음식도 제대로 맛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맛있는 거 정말 많잖아요. 삼계탕, 삼겹살 같은 건 중국 사람들도 좋아할 메뉴거든요. 그런데 단체로 온 사람들은 이런 거 못 먹어요. 저희 엄마가 한국 오셨을 땐 단체로 학교 식판 같은 데다 밥을 받아 드셨대요. 한식에 대한 이미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맛집도 잘 모르고 가이드도 알려주지 않으니 돈 있어도 맛있는 한국 음식을 못 먹는 거예요.
▽추이=한국 공항에 내렸을 때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중국어 맛집 책자를 만들면 어떨까요. 중국 사람들이 이런 음식 모르고 가는 건 한국에도 손해예요.
▽천=정말 그래요. 한국에 오는 그 많은 사람이 비빔밥만 먹고 가다니….
▽자오=제 친구도 한국 왔을 때 음식 불만이 제일 많았어요. 맛도 없고 양도 적어서 배가 고플 지경이라고…. 중국은 넓은 테이블에 여러 음식을 놓고 풍성하게 먹는 문화라 이런 음식을 부실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 지갑 두둑한 중국 고객, 작은 정성에 감동
▽리=제가 주말에 백화점에서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한 브랜드 매장에서 몇백만 원어치씩 사고, 매달 두세 번 쇼핑 오는 중국인들이 있어요. 그런데 중국 관광객들은 외국인이라 멤버십 가입도 안 되고 포인트 혜택도 못 받거든요. 관광객에게도 이런 혜택을 주면 소비가 더 늘어날 거 같아요. 얼마 전 매장 직원의 포인트카드로 한국 도자기 사은품을 대신 받아다 준 적이 있는데 정말 기뻐하더군요. 비싼 거 아니라도 기분이고 기념이라면서.
▽천=여자들이 쇼핑할 동안 남자들이 시간을 보낼 곳도 필요해요. 동대문이나 명동 근처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마작 같은 걸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많이 갈 걸요. 카지노도 좋고요. 마카오에선 일정액 이상 쓴 고객에게 비행기표나 호텔비 등을 서비스한다고 들었어요. 한국도 그렇게 하면 중국의 고소득층을 더 많이 잡을 수 있을 거예요.
○ 관광에서 중요한 건 ‘시설’ 아닌 ‘마음’
▽추이=전 한국 관광의 가장 큰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해요. 한국 사람들이 중국 관광객을 무시하고 불친절하게 대한다면 누가 다시 오고 싶겠어요. 그런데 백화점만 가도 직원들부터 중국인과 일본인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게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한국에 오기 전에 가졌던 한국에 대한 이미지와 다녀간 뒤의 이미지가 180도 달라졌다는 중국 사람이 많아요. 좋은 시설을 만들기에 앞서 한국 사람들이 중국인들에게 좋은 추억을 주면 좋겠어요. 중국은 아주, 아주 큰, 한국이 꼭 잡아야 할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니까요.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 저가 단체관광 패러다임 바꿀 아이템은? 부유층 겨냥한 성형 의료관광-‘카지노+골프’ 제주여행 유망 작년 500명 넘게 성형관광 씀씀이도 일반관광객 수십배 명품쇼핑 고가상품도 나와
현재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대다수는 저가 단체관광 상품을 이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에 이런 저가 소비층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근 폭발적인 경제발전에 힘입어 요즘 중국에는 선진국 상류층의 재력을 압도하는 고소득층이 크게 느는 추세다. 한국 관광의 이미지를 고급화하고 저가 단체관광 상품의 범람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들을 잡는 게 필수다.
지난해부터 주목받고 있는 것은 성형수술 및 피부관리 등 의료서비스를 관광상품화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통역 관련 일을 하는 한 중국인은 “요즘 중국 여성들 사이에는 ‘홍콩이나 대만 여자 연예인들은 한국에서 성형수술이나 피부관리를 받는다더라’는 입소문이 퍼져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라며 “올 들어 고소득 중국 여성들의 의료관광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최근 중국 현지에는 한국 의료관광을 별도의 상품으로 다루는 전문 에이전시까지 생겼다. 작년 5월부터 중국 프로모션을 진행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JK성형외과의 이상윤 이사는 “요즘은 전체 외국인 고객의 60%가 중국인일 정도로 중국 고객이 급속히 늘고 있다”며 “조만간 베이징과 상하이에 상담을 위한 지소 설립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개인 통역사까지 대동하고 와 서울 강남 일대 성형외과를 돌며 상담을 받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J성형외과 관계자는 “성형을 위해 한국에 오면 평균 2∼3주가량 입원 내지 통원 치료를 해야 한다”며 “간호를 위해 같이 온 가족이 쌍꺼풀 수술 등 간단한 수술을 함께 받는 경우도 많다”고 소개했다. 지방흡입과 안면윤곽, 가슴성형 등에 쓰는 비용은 적게는 2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에 이른다. 일반 단체관광객이 쓰는 돈과 비교하면 최대 수십 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지난 한 해 500∼600명의 중국인이 성형 등 의료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관광업계는 성형시장 외에도 최근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 4월에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카지노와 골프를 결합한 제주도 여행상품과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등 서울 시내 백화점 명품관을 집중적으로 돌아보는 쇼핑관광이 등장했다. 골프관광은 대개 3박 4일에 2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쇼핑관광에 나선 중국인들은 1인당 평균 600만∼700만 원을 쓰는 것으로 추산된다.
관광공사는 초고가 단체 여행상품도 개발 중이다. 공항 픽업은 ‘벤츠’ 승용차로, 호텔은 특급호텔 스위트룸으로, 한국 풍광 감상은 고급 열차로 돌아보게 하는 맞춤형 상품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현재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초고가 관광 상품은 전무한 상태”라며 “해당 프로그램을 중국 여행사에 제안해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여행상품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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