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 그리스전 7분만에 황금골 → “하면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월드컵서 배울수 있는 5가지 교훈

사진 제공 인천 부평고
사진 제공 인천 부평고
《곧 다가올 기말고사 때문에 월드컵 딜레마에 빠진 학부모와 학생들이 적지 않다. 경기를 보지 않지만 월드컵 소식에 온 신경이 쓰인다면? 차라리 경기를 보는 게 낫다. 현명한 방법으로 월드컵을 즐기자. 월드컵 경기에서도 학업과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 과연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학생들은 어떤 것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을까? 12일과 17일에 열린 한국대표팀의 경기 모습을 살펴보며 ‘월드컵 경기를 보며 배울 수 있는 점’을 몇 가지 키워드로 소개한다.》
[1] 자신감


한국 대표팀이 ‘2004년 유럽챔피언’인 그리스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뭘까? 바로 전반 시작 7분 만에 첫 골을 넣었다는 것이다. 이른 시간에 선취 득점을 한 덕분에 한국 대표팀은 큰 자신감을 얻고 평소보다 월등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강팀 그리스를 압도할 수 있었다. 그만큼 분위기와 자신감은 승패를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1학기 기말고사가 마냥 두렵게만 느껴진다면? 중간고사에 비해 월등히 많아진 시험범위에 지레 겁먹고 공부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면? 분위기를 바꿔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공부법을 이용하자. 우선 평소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과목부터 공략해 공부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다음으로 중간고사 때 높은 점수를 받았던 과목에서 쉬운 문제들을 먼저 풀어보자. 스스로 ‘기말고사 공부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며 자신감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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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멀티플레이

한국 대표팀 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은 ‘캡틴’ 박지성 선수도, 스트라이커 박주영 선수도 아닌, 바로 수비수 이정수 선수였다. 수비수인 이정수 선수가 첫 득점을 했다는 사실은 다른 선수 10명에게 ‘나도 어느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란 인식을 심어줬다.

한국체육대 사회체육학부 윤영길 교수는 “이정수 선수의 골은 평소 수비뿐 아니라 세트플레이, 공격 가담 등 다양한 상황에서 많은 연습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학생들은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은 물론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3] 리더십


축구경기를 보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박지성 선수의 ‘솔선수범 리더십’. 박지성 선수는 항상 다른 선수보다 한 발 더 뛰려고 노력한다. 그리스 전 후반 20분경 자신의 실수로 뺏긴 공을 약 20여 m 쫓아가 다시 빼앗은 장면이 대표적인 모습. 게다가 후반전엔 추가 득점까지 해 말 그대로 ‘타의모범’이 됐다. 이런 리더십은 후배뿐 아니라 대표팀 전체를 이끌어 가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경기장 안에서 박지성 리더십이 빛난다면 경기장 밖에선 이운재, 안정환, 김남일 등 노장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리더십’이 있다. 박주영(25), 정성룡(25), 이청용(22), 기성용(21) 등 젊은 선수들이 쉽게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경기를 펼쳐나가는 데는 선배들의 역할이 크다는 평. 서울 동북고 허일범 체육교사는 “사회뿐 아니라 대학입시 등에서도 리더십은 학생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월드컵 경기를 보며 자신의 상황과 때에 맞는 리더십을 ‘벤치마킹’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4] 슬럼프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란 평을 받았던 박주영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스 전에선 전반 27분 ‘천금’ 같은 득점 찬스를 놓치더니 아르헨티나 전에선 자책골을 기록했고, 이후 경기화면에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활동량이 급격히 줄었다. 반면 박지성은 그리스 전 후반 7분 수비수 두 명과 골키퍼까지 따돌리며 골을 성공시켰고 아르헨티나 전에서도 다소 부진했던 전반전 때와 달리, 후반전에는 활동 범위를 넓히며 다양한 공격을 시도했다. 박지성과 박주영이 이런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윤영길 교수는 이를 “성장 과정의 차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영 선수는 ‘천재형’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주목받으며 축구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반면 박지성 선수는 ‘노력형’이다. 대학선수시절까지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선수로 힘든 성장과정을 겪었다. 윤 교수는 “두 선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은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절대 안주해선 안 된다’는 점과 ‘현재 다소 뒤처져있다고 해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학업 중 언제 올지 모르는 슬럼프에 대비하는 나름의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5] 즐거움과 노력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신세대 스포츠 스타들, 이른바 S세대들의 거침없는 질주가 눈에 띈다. ‘Soccer(축구)’ ‘Self-confidence(자신감)’ ‘Strength(힘)’ ‘Smart(영리한)’ ‘Serenity(차분함)’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S세대들에겐 편견이나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의 세계, 즐기는 스포츠를 향한 열정과 자신감이 넘친다.

하지만 이들이 뚜렷한 목표 없이 그저 즐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차두리 선수는 월드컵 출전을 결정하는 최종 엔트리 선발을 앞두고 “즐겁게만 하다가는 이 즐거움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한다는 뜻.

공부하는 것이 그저 재미없고 스트레스로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이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동기부여를 하자. 단, 이들의 웃음을 보고 그저 ‘재미있게 축구를 하고 있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금물. 차두리의 ‘뼈있는’ 한마디처럼 자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선 그만큼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절대 잊지 말자.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인터뷰▼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인터뷰를 살펴보면 그들의 자신감, 리더십 등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과연 어떤 ‘말’을 했는지 알아보자.


“프랑스처럼 하면 망하죠.”


대표팀 공격수 이청용 선수가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경기를 본 후 한 매체와 의 인터뷰에서 한 말. 그는 “스타플레이어가 많은 프랑스가 우루과이와 비긴이유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팀워크를 강조했다.

“지난해 바르셀로나 경기는 다 봤어요. 메시와 격돌은 그냥 즐기는 거죠.”

대표팀 수비수 강민수 선수가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앞두고 한 말. 그는“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즐기는 기분으로 메시와 대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민수 선수는 올해 24세로 이른바 ‘S세대’에 속한다.

“지성이 형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나도 그 길을 걷고 싶다.”(기성용 선수),
“지성이 형을 보면서 영국에 가면 꼭 성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형에게 배울 게 많다. ”(이청용 선수)


대표팀 공격수 이청용 선수와 미드필더 기성용 선수가 한국 대표팀 주장 박지성 선수에 대해 한 말. 박지성 선수는 선배와 후배들 간 수평적인 소통을 이뤄내며 편한 선배인 동시에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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