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평가’ 해보지도 못하고 끝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 “문제 많다”… 신임 교총회장도 “대전환 필요”

서울 전교조 거부운동 돌입… 법제화도 지연
무조건 최고점 줘 무력화시켜도 징계 못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34대 회장에 당선된 안양옥 회장은 21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에게 교육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제안했다. 홍진환 기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34대 회장에 당선된 안양옥 회장은 21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에게 교육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제안했다. 홍진환 기자
《올해부터 전면 실시된 교원평가가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전국 6개 시도에서 당선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현행 제도에 문제가 많다’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도 본격적인 평가 거부 행동에 돌입했다. 새로 수장을 뽑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도 동참할 기세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벌써부터 ‘교원평가제가 제대로 시행도 못해 보고 폐기처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법제화에 실패한 ‘태생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 “이대로는 엉터리 평가”

전교조 서울지부는 최근 교원평가 반대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서울지부 관계자는 “평가 방식, 특히 교사끼리 서로 불필요한 경쟁을 유도하는 동료 평가는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교원평가에 참여하는 교사는 동료 교사 수업을 참관하고 점수를 매겨야 한다. 서울지부는 이를 거부할 방침이다. 또 동료 평가 때 무조건 최고점을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원 평가 참여는 정당한 업무명령이기 때문에 평가에 참여하지 않으면 징계를 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수업 참관을 업무명령으로 볼 것인가는 유권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무조건 최고점을 주는 방식은 사실상 징계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교총도 평가 방식을 문제 삼고 나섰다. 안양옥 한국교총 신임 회장은 21일 취임 일성으로 “(교원평가제는) 부분적인 전환이 아니라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교육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도 큰데 보이는 부분을 잘했다고 모두 그렇게 따라가라는 평가 방식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자기 평가’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아직 한국교총은 집단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진보 성향 교육감들도 아직 구체적인 의견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 당선자 인수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내년이 더 문제”

교과부는 올해 교원평가를 실시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원평가 시행 방식을 바꾸려면 각 시도교육청 규칙을 바꿔야 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규칙을 바꾸는 데 두 달 이상 걸리는 데다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1학기에 학생 학부모 평가는 물론 동료 평가까지 마치는 학교도 많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규칙 변화가 예고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어차피 제도가 변할 게 분명한데 제대로 참여할 교원들이 있겠느냐”며 “‘평가 이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제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는 여야 모두 하반기 간사도 뽑지 못한 상태다. 교과부 관계자는 “국회를 믿고 일을 처리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라며 “올해 평가 결과를 토대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교장공모제도 위기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교장공모제도 위기다. 방향은 다르지만 전교조와 한국교총 모두 교장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교장을 공모하는 현행 제도에 반대하고 있다. 전교조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교사 누구나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공모제를 선호한다. 한국교총 역시 “일부 도시지역 대규모 학교에서 생긴 문제를 모든 교장에게 덮어씌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교과부는 “교장 임명권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계속 현장 의견을 묵과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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